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1조2029억원 순매수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정치적 불안 탓에 5월과 6월 매수세가 주춤하긴 했으나 그래도 매도보다 매수가 많았다. 7월에는 4조97억원이나 사들였다. 이에 반해 기관은 1, 3, 6월을 제외하고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은 이달 들어서도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7638억원어치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자금 흐름이 엇갈릴 때는 공통적으로 사들이는 종목을 위주로 접근하는 전략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들 종목은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7월1일 종가 대비 지난 12일 종가 수익률을 분석해보면 코스피는 이 기간 3.2% 상승했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큰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같은 기간 3.9%였다. 기관 순매수 규모가 큰 상위 10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14.2%에 달했다. 기관·외국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 중 겹치는 종목은 포스코, 삼성물산, 셀트리온,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한국항공우주, 현대중공업 7개 종목으로 은행, 바이오, 조선 업종에 집중됐다. 포스코의 수익률은 10%, 셀트리온은 14.4%다.
한요섭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세에도 기관 매도,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등 때문에 코스피 상승 탄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럴 때는 외국인과 국내 기관의 동반 순매수 업종 및 종목에 집중하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최근 증시에는 호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퍼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상향 조정한 것은 증시 상승에 큰 힘을 보탰다. 또 국내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고, 3분기 실적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많아지는 추세다. 코스피의 변동성이 낮은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매수를 자극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독일 등 유럽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7월 외국인 투자동향을 보면 영국(7848억원), 독일(7786억원), 룩셈부르크(7470억원) 등 유럽 자금 2조7693억원어치가 국내 증시에 유입됐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이 매도를 주도했는데, 올해는 순매수로 돌아섰다”며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계 자금도 순매수 우위 흐름이어서 외국인 수급 여건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달러 가치 하락)은 외국인 투자자로 하여금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 주식을 매입해 놓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팔고 이익을 실현할 기회가 되기 때문에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등 채산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대형 수출기업 주가도 흔들릴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매 추이를 보면 환율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원·달러 환율 1100원선 아래에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잦아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 유입이 둔화하면 수출기업과 그동안 코스피 상승을 주도해온 IT(정보기술) 업종에는 부정적이지만 내수, 보험, 호텔·레저, 건강관리 등의 업종은 상대적 매력도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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