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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고3, 박혜지 양은 왜 '수포자'가 됐나 (下)

입력 : 2016-08-13 08:00:00 수정 : 2016-08-12 17: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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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추리소설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던 사람이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질문을 만든 뒤 답을 찾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2014년 8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ICM)’에 참가했던 유럽수학교육연구협회(ERME) 전임 회장이자 세계수학교육위원회 회장인 이탈리아 투린대의 아르차렐로 교수가 한 말이었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라며 최근 세계일보에 장문의 글을 보내온 고등학교 3학년 박혜지(17) 양은 자신은 암기로 수학을 해결했던 학생이라고 밝혔다.

박양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수리영역과 친해지지 못해 결국 수학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을 잘 다지고, 응용력을 천천히 키웠다면 수포자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

우리는 박양을 안타깝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박양이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수포자는 입시 위주의 수학교육이 낳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 “수학은 학습단계의 연속…스토리 텔링으로의 전환은 긍정적”

“수학은 이전 학습이 다음 단계에 큰 영향을 줍니다. 사칙연산 학습이 결손되면 분수나 소수 계산이 어려워지죠.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공부하기 힘들어집니다. 의지가 있어도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생길 수밖에 없죠.”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허모(29)씨는 “수포자가 생기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수포자’라는 말은 예전에는 고등학생 사이에서 많이 쓰였다. 특히 문과생들을 비하하는 의미가 짙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문·이과를 떠나 수학 그 자체를 싫어하는 학생, 겁먹고 관심조차 주지 않는 학생들을 가리키는 단어가 됐다. 범위도 중학생과 초등학생까지 넓어지는 분위기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된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 일부 / 사진=김경호 기자


허씨는 “초등학생들은 수학을 ‘어렵거나 싫어하는’ 과목으로 생각한다”며 “어떤 과목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 자체를 초등학교에서 처음 접하는 만큼 학생들의 인식이 향후 수학학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수학을 좋아하는 이들은 성취감에서 그 열매를 찾는다. 하지만 허씨는 모든 학생이 같은 성취감을 느끼기는 어렵다고 했다. 입시 위주 교육은 수학을 좋은 대학에 가는 수단으로만 여기기 때문에 학생들이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허씨는 “학생의 노력과 더불어 교육제도가 개선되어야 수포자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교사 1명이 학생 20명 이상을 가르치는데 소수 결손자를 정규수업 시간에 지도하기는 어렵습니다. 방과 후에 따로 가르쳐야 하죠. 그런데 교사 개인 업무 등으로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보조교사 배치를 비롯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허씨는 교육과정 변화로 학생들의 수학 흥미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행인 건 스토리 텔링을 비롯,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바뀌고 있다”며 “개정된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는 단원을 시작할 때 이야기 형식으로 문제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 “수학은 원리 이해가 필요…협력학습 중요해”

“수학은 단순한 지식 테스트가 아닙니다. 왜 그렇게 되는지 원리를 이해한 다음에야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공식을 외워서 해결하는 과목이 아닙니다.”

최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육부 안종선 교육연구사는 “수학을 공부할 때는 한 문제를 풀더라도 제대로 해결하도록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교육부는 △ 행복한 교육 실현 △ 창의적 인재 양성 △ 배움을 즐기는 수학교육 추진 등을 목표로 지난해 3월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19년까지 총 5년에 걸쳐 진행되는 종합계획은 ‘실생활 연관 내용 강화’와 ‘학생 참여 수업과 과정 중심의 평가 강화’ 등을 통한 학생들의 수학 자신감 확립이 목적이다.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이 꽂힌 서가에서 슬쩍 한권을 끄집어내 봤습니다 / 사진=김경호 기자


안 연구사는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고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수포자를 줄여나가는 쪽으로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포자 문제를 학교 현장에서 해결하기 위해 전국 220개교를 ‘수학 나눔학교’로 지정했다”고 덧붙였다.

수학 나눔학교는 자기 극복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이들이 수학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돕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교는 학생마다 수학 성취도가 다른 탓에 ‘수준별 이동 수업’을 시행한다. 그러나 수포자 문제 해결은 여전히 어렵다. 반을 나눠도 개인마다 교사가 달라붙을 수 없어서다. 앞서 초등교사 허씨가 ‘보조교사 배치’ 같은 제도개선을 주장한 이유기도 하다.

안 연구사는 “현장에서 학생들의 협력학습을 강조하고 있다”며 “수학을 잘하는 학생과 못 하는 학생의 협동이 학습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협력학습이 제대로 진행되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학 교과 편성 목적으로 ‘문제해결능력과 창의력 함양’을 지목한 안 연구사는 “수포자는 학교, 학생 그리고 교육계가 힘을 합쳐야 하는 문제”라며 “고민을 같이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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