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 경기 생중계를 시청하느라 연일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요즘,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 삼아 브라질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보는 애니메이션이 눈길을 끈다.
‘리우 2096’은 브라질 역사 속 폭력의 압제에 저항하는 주인공 인디오 전사와 그의 연인 자나이나의 사랑을 그린다. 1500년대초 원주민들에 대한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식민지배, 1800년대 노예제 폐지 투쟁, 1960~70년대의 군부독재 등 폭력에 지배 당해온 브라질 역사의 과거는 2096년 물부족 사태로 벌어지는 생존 투쟁으로 연결되며 미래의 브라질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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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보는 애니메이션 ‘리우 2096’. |
영화는 전쟁이나 싸움에서 이긴 사람들이 아닌, 패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불의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늘 그것을 극복하고 변화시키려 노력했던 이들이 존재해왔음을 상기시킨다.

단지 브라질만의 잔인한 역사를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브라질의 과거사는 중국과 일본의 식민지배, 징병 및 징용, 유신정권, 군사쿠데타, 민주화항쟁 등 우리 역사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도입부의 “과거를 모르고 사는 건 어둠 속을 걷는 것과 같다”라는 대사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암울한 역사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것, 그 광기의 시대를 기억하자는 것은 거꾸로 그 아픔과 상처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폭력의 역사는 과거부터 미래까지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주인공들은 역사의 공범자가 되길 단호히 거부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미래는 참담하면서 무시무시하다. 아마존이 황량한 사막으로 변하고 구시가지는 산업폐수로 썩어버린 물과 함께 방치돼 있다. 정부의 지시를 따르는 첨단 무장단체가 리우데자네이루를 통제한다. 주인공은 미래 사회에서도 자나이나와 함께 지배층의 독식에 맞서 싸운다.
알레 아브레우 감독은 이 같은 디스토피아적 설정에 대해 “브라질의 현재는 암울하다. 엘리트 계층만이 편의를 독식하고 대중은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게 없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영화에서와 같은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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