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을 통해야만 한국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이 발달한다는 것은 식민사관이 녹아든 오만한 주장이다.”(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이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대강당에서 새누리당 이우현·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에서 구글의 한국지도 국외반출 허가 여부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미국 본사에서 온 권범준 구글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구글은 국내 사용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려면 전 세계에 분포한 데이터센터에서 중복·분산관리해야 한다”며 “따라서 지도데이터 국외 반출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이날 안보보다는 경제적 측면에서 지도 반출이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집중했다. 특히 국가 세금을 들여 만든 지도데이터를 구글에게 내줬다가 구글이 국내 공간정보 산업은 물론 관련 융복합 산업까지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이사는 “(지도를) 내주는 것은 쉽지만, 나중에는 (구글에) 돈 주고 사야 한다”며 “일본의 측량산업이 왜 침체됐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차량공유업체 우버조차 5500억원을 들여 구글로부터 지도독립을 선언했다. 미국 기업이 왜 그랬을까”라고 반문했다.
구글 권 매니저는 과거 아이폰 도입 사례를 빗대어 “아이폰이 국내에 조금만 늦게 들어왔더라면 우리 삶의 패러다임 변화나 국내업체가 경쟁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경쟁 확대를 통한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공간정보업체들과 IT업체들은 구글과의 지도 경쟁을 ‘기울어진 운동장’, ‘출발선이 다른 시합’ 등에 비유하며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반박했다.
국내업계 관계자들의 이 같은 항변에 구글 권 매니저는 “국내 업체 분들께서 너무 약한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순간 장내가 술렁였고, 김인현 대표이사는 “사과받고 싶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가 공간정보산업협회와 정보통신진흥협회 회원사 23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이달 5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구글에 지도 반출을 허가해선 안 된다는 반대의견이 62.2%로 찬성(37.8%)보다 많았다. 또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매출액이 작은 기업일수록 반대의견이 더 높았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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