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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수어사이드 스쿼드' 마블은 되고 DC는 안 되는 이유

입력 : 2016-08-07 07:00:00 수정 : 2016-08-07 10: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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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쁘고 위험한 악당들이 모여 세계를 구한다? 이 웃기고 발칙한 아이디어가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고 했을 때 수많은 DC 팬들은 영화가 나오기만 손꼽아 기다려왔을 것이다.

특공대·결사대란 뜻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DC코믹스 원작의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뛰어난 각본가이자 ‘앤드 오브 왓치’ ‘사보타지’ ‘퓨리’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야기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슈퍼맨의 죽음 이후 그를 대체할 인물을 찾던 미 정보국장 아만다 윌러(비올라 데이비스)가 특별사면을 조건으로 슈퍼 악당들을 모아 특별한 팀을 결성하면서 시작된다. 조직부터 해체까지 뭐 하나 ‘일반적’일 수 없는 이들이 모여 자신들보다 더 악랄한 적을 무찌르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성공하면 각자의 소원을 이룰 수 있지만 실패해도 그만인 팀이 바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다.

세계 최고의 총잡이이자 '딸바도' 데드샷(윌 스미스)을 필두로 남자친구 조커(자레드 레토) 못지 않게 광기로 가득 찬 할리 퀸(마고 로비), 해괴한 외모와는 달리 그나마 도덕성을 갖춘 인물 엘 디아블로(제이 헤르난데즈), 거칠고 급한 성격의 사기꾼 캡틴 부메랑(제이 코트니), 빌런들도 벌벌 떨게 만드는 인간파충류 킬러 크록(아데웰 아킨누오예 아바제) 등 슈퍼빌런(Super Villain)들이 대거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의 악당 조커와 신비로운 미모를 소유한 절대 악역 인챈트리스(카라 델레바인) 등이 가세했다.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만큼 캐릭터를 어떻게 소개하고 그들의 매력 하나하나를 어떻게 관객 머릿속에 각인시키느냐, 그리고 각 캐릭터의 사연을 한 데 모아 어떤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느냐가 아마 이 영화의 관람포인트일 것이다.

초반 데드샷과 할리 퀸 등의 등장, 그리고 이들의 전사(前史)를 보여주는 대목까진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점점 산만하고 엉성해지는 플롯에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스토리가 실망감을 자아낸다. 초반의 매력과는 달리, 중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와 내러티브 어느 하나 잡지 못하고 표류하기만 하다 끝나는 느낌이랄까.

앞서 배트맨과 슈퍼맨, 두 슈퍼히어로의 ‘연합’에 실패했던 DC는 이번 작품을 통해 만회를 노리는 듯했다. 그러나 슈퍼빌런들의 연합 역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으면서 다음 시리즈에 대한 불안감마저 높이고 있는 상황.

DC와 함께 미국 코믹스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마블은 ‘어벤져스’ 시리즈를 통해 슈퍼히어로 군단의 매력을 세계 영화팬들에게 널리 전파한 바 있다. 그런데 왜 유독 DC만 안 되는 것일까.

산만함은 둘째 치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는 재미가 실종됐다. 극 중 로맨스를 담당한 조커와 할리 퀸 커플을 제외하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며 웃음 지을 일이 거의 없다. 이것이 DC코믹스 태생적 특성이라 일컫는 이들도 있지만, 대중성을 담보로 한 오락영화에서 이는 매우 위험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앞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어벤져스’를 통해 봐온 히어로들이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스토리 전개였지만, 특별한 캐릭터들이 가세한 데다 각 캐릭터들의 매력과 웃음포인트를 적절히 배치해 마치 ‘알찬 상차림’ 같은 느낌을 전해줬다.

그러나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그리고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한 마디로 코미디를 배제한 영웅(혹은 반영웅)들의 활약기는 관객들의 하품만 유발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같은 사유의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 관객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2시간여 짧은 러닝타임 내에 이 악당들이 어떤 인물들이고 왜 모였으며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했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명곡 OST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몇몇 캐릭터들은 잔상조차 남지 않는 이도 저도 아닌 영화로 기억되게 됐다.

한편, 미국에서 역시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영화사이트 로튼토마토 평점은 30점대로 매우 낮은 수준이고, 몇몇 현지 언론들은 이 영화가 원작 코믹스를 전혀 뛰어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기괴하고 독특한 분장이나 의상, 그리고 유별난 행동 같은 코믹스 속 캐릭터들을 스크린 위 소환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스토리나 전개에 있어 영화만의 차별점을 전혀 꾀하지 못한 것은 분명 DC필름으로서는 '굴욕'이다. 15세관람가. 122분. 현재 상영 중.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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