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ARF회의는 리용호 외무상의 국제사회로의 데뷔무대인 탓에 한국 취재진들은 리 외무상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리 외무상에 대한 한국 기자들의 열띤 취재는 그가 비엔티안에 도착한 지난 24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후 2시39분쯤(이하 현지시간) 와타이국제공항 귀빈터미널에 도착하자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은 일제히 리 외무상 일행에 달려들었다. 그러면서 그에게 북중 외교장관 회담 여부 등을 물었다. 이 과정에서 취재를 제지하던 북측 경호원과의 몸싸움으로 한 한국 기자는 얼굴에 상처를 입어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6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NCC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지역안보포럼(ARF)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엔티안=연합뉴스 |
기자들은 취재를 제지하는 라오스 보안 당국 경비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북중 회담에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청할 것인가”, “러시아 외교장관과도 만날 계획이 있나” 등을 물었다. 이 과정에서 경비요원 2명이 세계일보 기자를 포함한 한국 기자들에게 전기충격봉을 휘둘렀다. 손바닥 한 뼘 밖에 안 되는 거리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자는 바닥에 쓰러졌다. 이를 지켜본 일본 기자들도 “믿을 수가 없다”고 당황했다.
이후에도 리 외무상에 대한 한국 기자들의 취재 행보는 계속됐다. 그가 숙소에서 차량을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자 한국 기자들은 다른 차량을 통해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NCC에서 만난 북한 대표단 관계자는 세계일보 기자에게 “한국 기자들을 불쌍해서 못 보겠다”며 자기 자식은 기자를 시키지 못 할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북한에서도)이 세상에 수천 수백 가지 직업이 있는데 제 직업 싫다고 안 하는 게 기자”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을 경호하기 위해 한국 기자들과 격렬면 몸 싸움을 벌이던 라오스 측 수행원도 리 외무상이 회의장, VIP(귀빈) 숙소 등으로 들어가면 복도에 있는 한국 기자에게 다가와 엄지를 치켜들며 “good”이라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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