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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파타고니아] 거대한 빙하 성벽 너머 얼음거인 살고 있을까

입력 : 2016-07-28 14:00:00 수정 : 2016-07-27 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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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시간을 깨우는 페리토모레노 빙하
이른 새벽 아르헨티나 페리토모레노 빙하를 보러 가기 위한 버스는 새벽의 어슴푸레한 대지 위를 달린다.
이른 새벽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로비에서 차량을 기다렸다. 미리 예약해둔 아르헨티나 페리토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를 보러 가기 위해서다. 버스에는 벌써 열 명 정도 관광객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 이외 관광객 셋을 더 싣고 버스는 새벽의 어슴푸레한 대지 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파타고니아의 고요하고 황량한 풍경이 세월의 달력처럼 스쳐 지나간다. 시간을 거슬러 수만 년 전 빙하가 형성된 순수한 자연의 품으로 가는 길이다. 불그스레한 태양이 기지개를 켜는 듯하더니 어느새 환한 빛으로 주위를 비춘다.
아르헨티나의 입국 검사

페리토모레노 빙하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로 4시간을 달려 아르헨티나 도시 엘칼라파테로 가야 한다. 그곳에서 80㎞ 떨어진 국립공원 안에 수만 년 전에 형성된 페리토모레노 빙하가 있다. 버스 운전기사는 아르헨티나 국경선에 도착하자 여행객들을 깨웠다. 검문을 위해서다. 간단한 절차의 검문을 마치고 다시 올라탄 버스는 검문소를 지나 아르헨티나 땅으로 들어섰다.

아르헨티나는 남아메리카 대륙 남동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쪽에는 안데스 산맥을 경계로 칠레와 붙어있고 남동쪽은 대서양에 면해 있다. 남아메리카에서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크고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큰 국가다. 한반도의 12.5배, 대한민국의 28배에 달하는 면적에도 인구는 400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그나마 인구 대부분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한 동북부에 몰려 있다. 그 외 지역은 대부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볼리비아 아래부터 남아메리카 끝단까지 3500㎞에 걸쳐 뻗어 있어 다양한 기후와 자연환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파타고니아 지대에서는 남아메리카의 최고봉과 수천마리 펭귄, 이과수(브리질어 이구아수) 폭포 등을 만날 수 있다.
엘칼라파테에서 국립공원 가이드

어느새 버스는 엘칼라파테를 지나 국립공원에 들어서고 있다. 엘칼라파테에서 국립공원 가이드로 젊고 매력적인 여성이 버스에 올라 아르헨티나와 페리토모레노 빙하에 대해 설명해 준다. 새벽에 출발했음에도 국립공원 주차장은 대형 버스들로 가득하다. 전 세계에서 푸른빛의 빙하를 보기 위해 모여든 여행객들을 싣고 온 버스다. 사람과 버스의 더운 열기로 가득한 주차장을 나와 몇 발자국 걸으니 시원함이 주위를 감돈다. 또 들이켜는 공기 속에 물기가 가득하다. 몇 걸음 걸으니 파란 하늘 아래 거대하고 놀라운 빙하 광경이 펼쳐진다.
국립공원 안에 수만 년 전에 형성된 페리토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

비취색을 띠는 아름다운 빙하가 창끝처럼 날선 성벽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마치 저 너머의 세계에는 신비로운 얼음 거인들이 살고 있을 것처럼 인간세상과 강력한 경계를 짓는 듯하다. 뾰족하게 칼날처럼 솟은 얼음 조각들은 수만 년의 세월을 그 안에 가두고 있다. 겁없이 다가서기에는 존재의 가치가 무게를 짓누르고 돌아서기에는 담장을 넘고 싶은 아름다움이 발걸음을 잡는다.

안데스 산맥에서부터 길이 35㎞, 폭 5㎞, 높이 60m 얼음길을 흐르는 빙하는 이곳 아르헨티노 호수에 이르러 무너져 내린다. 거대한 빙벽에 균열이 나기 시작하다가 칼날 같은 얼음덩어리가 무너져 내리며 호수 속으로 떨어져 내린다.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엄청난 물살을 일으키며 거대한 빙산을 호수 위로 띄워 낸다. 빙하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여행객을 태운 유람선이 빙하 가까이 접근한다. 비취색의 아름다운 얼음 성벽에 넋을 놓고 있다가 빙하가 일으키는 물보라에 배가 요동치면서 그 위력을 실감한다.

페리토모레노 빙하는 파타고니아의 독특한 기후가 만들어 낸 내륙 빙하이다. 태평양의 습한 공기가 안데스 산맥을 넘으면서 엄청난 양의 눈을 쏟아붓는다. 수만 년에 걸쳐 켜켜이 쌓인 눈은 눌리고 압축되면서 단단한 얼음덩어리로 굳어가고 그 무게가 중력에 의해 밀려 내려오면서 빙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루 최대 2m씩 전진하지만 지금과 같은 지구 온도의 상승이 계속되면 급속히 그 위용을 잃어갈 수도 있다고 한다.

한 발짝 깡충 뛰면 닿을 듯한 하늘 아래 팔을 뻗어 본다. 손 안에 움켜쥘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 구름이 떠 가지만 손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해발 200m에 펼쳐진 수만 년의 빙하의 푸름은 하늘과 구분이 힘들 정도다. 현실의 세상 같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세월의 무게가 쌓인 빙하의 표면은 시간의 비밀을 간직한 채 신비롭게 반짝인다. 그리고 움직인다. 계절과 온도의 변화에 따라 천천히 생성과 해빙을 거듭하며 또 다른 세월을 품에 떠안는다.

수만 년의 시간을 만난 후 버스는 우리를 엘칼라파테에 내려놓았다. 마음은 흥분돼 있고 햇볕은 따스하게 거리를 덮고 있다. 야외 카페에서 간단한 저녁을 했다. 세월의 사색을 마치고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내일 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엘찰텐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꿈의 길이라 불리는 세로토레와 피츠로이로 가기 위해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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