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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W. 라이백 지음/박우정 옮김/글항아리/1만8000원 |
서평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동료들로부터 “네가 좋아하는 책만 소개하지 말라”는 핀잔을 가끔 듣는다. 그들은 서평이 실린 책을 보며 나의 관심과 기호를 확인했고, 그게 지면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물론 좋아하는 책만(!)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껏 소개한 책들, 특히 톱기사로 비중있게 다룬 책들 중에는 주관적인 관심이 작용한 것이 꽤 된다. 책은 그것을 읽고, 소장한 사람의 취미, 관심사, 습관 등을 드러내고, 그 사람이 만들어가는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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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히틀러. 그는 1만6000여권의 책을 소장했고, 전쟁을 지휘하면서도 책을 읽었던 독서광이었다. |
아돌프 히틀러는 1만6000여권의 책을 소장했고, 전쟁을 지휘하면서도 밤에는 책을 읽었던 독서광이었다. 그가 읽었던 책은 정책에 반영됐고, 세계사에서 가장 큰 전쟁을 일으켰으며 유대인 학살이라는 참극에 영향을 끼쳤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저자는 현존하는 히틀러의 책 가운데 정서적 혹은 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을 골라 히틀러의 정책, 2차 대전, 홀로코스트 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히틀러라는 인물을 추적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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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번째 생일을 맞은 히틀러가 나치 지도자들이 선물한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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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살의 히틀러가 생애 처음 구입한 뮌헨의 아파트에서 사진을 찍었다. 글항아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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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가 열심히 읽었던 ‘베를린’과 ‘슐리펜: 독일 국민을 위한 그의 삶과 성격 연구’. |
물론 책 하나만으로 한 사람, 그 사람이 만들어간 현실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힌트인 것은 분명하다. 저자는 히틀러가 책을 읽을 당시의 사건, 사고, 주변의 사람을 소개하고 그 책에서 영향을 받았을 말과 행동 등을 기술해 히틀러와 히틀러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퍼즐 조각을 제공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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