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2015년 12월 국회가 제정한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11일 논평을 내 “법률 시행령을 통해 사긱지대를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장총에 따르면 유엔과 산하 기구들은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입장 발표 등을 통해 보조기기에 대한 국가적 지원 및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도 2007년부터 장애계의 지속적 노력에 힘입어 2015년 12월 29일 보조기기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한국장총 관계자는 “법률 제정 과정에서 보조기기와 관련된 이익단체들 간 대립으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새누리당과 정의당은 20대 총선 공약으로 각각 ‘장애인 보장구 지원 확대’, ‘의사 처방이 있는 경우 비용 부담 없은 보조기구 지원’을 내걸었다. 이는 현행 보조기기법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여야 정치권 스스로 인정했음을 반증한다는 것이 장애계의 시각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보조기기 구매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14년 장애인 실태 조사결과에 의하면 장애인 소비자가 보조기기를 구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4년 연구결과에서 “구매 비용 때문에 장애인이 보조기기를 구매하지 못하거나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비맞춤 보조기기를 사용하게 된다”며 “장애인이 몸에 맞지 않는 보조기기를 장기간 사용하면 관절 질환 및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높은 본인 부담금도 문제로 거론된다. 보험급여 대상 품목은 각각 급여 기준액이 설정되어 있으며, 이 기준액 이내의 품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구입가의 90%를 지원한다. 하지만 기준가를 초과하는 보조기기를 구매할 경우 실제 구매가의 90%가 아닌, 각 품목에 설정된 기준액의 90%를 지원하는 구조다. 한국장총 관계자는 “수동 휠체어나 보청기의 경우 기준가가 낮게 책정되어 있어 실제 구매비용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조기기 상담과 정보 제공, 수리, 소모품 지원 등은 아예 눈길조차 끌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조기기법 9조는 보조기기 정보 제공을, 12조는 지역 보조기기 센터를 통한 상담과 정보 제공 및 수리 등을 명시했지만 이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지역센터의 설치·운영, 인력 배치 등에 관한 사항은 온데간데 없다. 그냥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규정만 있을 뿐이다.
한국장총은 논평에서 “정부는 보조기기 업체 및 보조기기 지원센터 등 공급자와 전달 체계 중심의 법률상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법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시행령 마련과 제도적 보완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여야 각 정당도 보조기기 관련 공약들이 20대 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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