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악성 종양과 싸워온 미국의 한 40대 남성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여자친구와 정식 결혼식을 올린 사연이 뒤늦게 공개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데일리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앞선 4일 워싱턴주 밴쿠버의 한 종합병원에서 대런 시스크(47)가 여자친구 크리켓과 결혼식을 올렸다. 크리켓의 정확한 나이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런은 15년간 ‘호지킨 림프종(Hodgkin's lymphoma)’과 싸워왔다. 제일 처음 증상을 발견한 영국 의사 토마스 호지킨의 이름을 따서 만든 병이며, 림프종(림프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의 하나로 알려졌다.

대런이 결혼식을 서두른 건 세상에서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서다. 불과 2주 전 진료 때만 하더라도 의사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더 살 수 있다고 했지만, 최근 진료에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는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결혼식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 인사했으며, 병실에 모인 사람들과 영상도 찍었다. 이들의 결혼식 영상은 페이스북에서도 공개됐는데 5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런과 크리켓은 10년 전쯤 인연을 맺었다. 길 가던 대런이 차에 치일 뻔한 크리켓의 손자를 구해주면서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다리를 다친 대런을 만나러 크리켓이 병원에 들르면서 이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
의료진은 대런을 위해 그의 딸을 병원에 데려왔다. 대런의 딸 제이린은 임신 중으로 예정일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날 대런은 초음파를 통해 제이린의 뱃속에 든 여아, 즉 태어나지 않은 손녀를 미리 만날 수 있었다.
결혼식, 미래 손녀와의 조우. 일련의 행사를 모두 마친 대런은 곧 퇴원한다. 병이 나아서가 아니다. 더 이상 병원이 손 쓸 수 없는 탓에 남은 시간이라도 가족과 보내기 위해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뉴욕데일리뉴스 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