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교에 다니는 경영학과 2학년 박해리(21)씨는 방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박씨는 "신입생 때 '방학이 오면 친구들과 함께 적어도 한 달은 유럽 배낭여행이나 봉사활동을 다녀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방학이 되자 계절학기 수업 듣고 영어점수 만드느라 학교 주변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라며 "다른 친구들도 1학년 때부터 학점과 영어점수를 관리해야 교환학생과 인턴같은 데 지원할 수 있다며 스펙 쌓는 데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교는 방학에 돌입한 지 2주나 지났지만,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은 하루 500∼700명에 달한다.
인근 타 대학교 도서관 또한 방학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열람실은 항상 북적인다.
며칠 동안 심혈을 기울여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더라도 1차 서류전형에서 '광탈'(빛의 속도만큼 빨리 탈락) 당하는 현실 탓에 도서관과 학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학생 1천1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름방학 계획을 묻는 설문에서 '취업준비'가 55.9%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자격증 취득(23.6%)과 외국어 공부(19.3%)를 한다는 그 뒤를 이었다.
"방학 동안 학원에 다닐거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53.9%가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로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라는 답변이 63.4%로 가장 많았다.
학교도 학생들 못지않게 여름방학이 학기만큼 분주하다.
자기소개서 쓰는 법부터 면접 대비, 토익(TOEIC) 영어 강의까지 그야말로 '취업사관학교'를 자처하고 나섰다.
아주대학교는 하반기 취업을 대비해 학생들의 입사지원서를 전문가들이 일대일로 검토해주는 프로그램과 기업 전·현직자를 초청해 취업전략을 알려주는 기업별 취업가이드 특강 시간을 마련했다.

수원대는 재학생이 신입생부터 취업할 때까지 이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대기업 취업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컴퓨터 활용능력, 포토샵, 일러스트 등 여러 전산 자격증과 각자의 전공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졸업생과 재학생을 연결해 취업 멘토링도 할 계획이다.
한 대학교 관계자는 8일 "학생들이 방학에는 학기 중에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또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등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면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현실에 경쟁하듯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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