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린·니모 부자와 함께 '도리'가 돌아왔다.
픽사 스튜디오가 창사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야심작이자 '니모를 찾아서' 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속편 '도리를 찾아서'(감독 앤드류 스탠튼)가 6일 드디어 국내 개봉한다.
'도리를 찾아서'는 본고장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오프닝을 비롯해 전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 개봉 12일 만에 매출액 3억 달러 돌파 등 그야말로 '역대급' 성적을 올리며 국내에서도 폭발적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주말 극장가 예매율 역시 33.3%로 월등히 앞서 있다.
13년 전 아들 '니모'를 잃어버린 '말린'과 함께 니모를 찾아 바닷속 곳곳을 누볐던 도리가 이번엔 조연이 아닌 주연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니모를 찾아서'(감독 앤드류 스탠튼, 2003)의 스핀오프 버전인 셈인데 전편 못지 않은 재미와 교훈으로 기다린 세월이 전혀 아깝지 않다.
도리는 뒤돌아서면 앞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 기억이 없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삶에 충실하고, 깊게 고민하지 않기에 어떤 고난과 시련이 와도 유연하게 대처한다.
앤드류 스탠든 감독이 "사람들이 도리를 좋아하는 건 그가 편견도 없고 그 누구에 대해서도 함부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도리는 대중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마성의 매력을 충분히 갖춘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외롭게 살아가던 이 가여운 물고기는 멀린과 니모 부자를 만나 평온한 일상을 보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르게 되자 도리는 말린, 니모와 함께 자신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한다.
모태 건망증으로 자꾸 까먹는 게 일상이 돼버린 도리는 그럼에도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바닷속 친구들은 물론, 관객들의 마음까지 자기편으로 만든다.
그러는 과정에 만나는 탁월한 조력자 문어 '탱크', 베프 고래상어 '데스티니', 그리고 음파탐지 능력자 '베일리' 등 바다생물 캐릭터들은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들은 도리와 마찬가지로 한 가지씩 '핸디캡'을 가지고 있어 장애아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의 벽을 허물어준다.
영화는 도리의 흩어진 기억의 퍼즐조각들을 맞추는 재미와 함께 불가능해 보이기만 하던 꿈을 현실화 해내는 모습을 통해 공감과 깨달음을 자아낸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 관객들까지 도리라는 작은 물고기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전체관람가. 97분. 7월6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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