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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下] 나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담배를 피웁니다

입력 : 2016-07-02 08:00:00 수정 : 2016-07-03 0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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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0세 이상 여성의 3.3%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의 비율이 5.5%로 기혼 여성(2.0%)보다 높았다. 흡연자 74%는 하루 10개비 이하를 피우며, 11~20개비를 피운다고 답한 응답자는 23.8%였다. 같은 양에 대한 남성 응답자 비율은 각각 46.3%, 48.2%였다.

여성 흡연은 더 이상 쉬쉬하는 소재가 아니다. 완벽히 대놓고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숨길 수 있는 일만도 아니다.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붐비는 골목을 다니면 여성 흡연자 한두 명쯤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던가.

“담배 피우는 걸 아직 모르고 계세요. 남편도 흡연을 싫어하고요. 아버지께서도 피우시지 않아서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흡연 사실을) 계속 숨기고 싶습니다.”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C(31)씨는 “호기심에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게 됐다”고 흡연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밥이나 술을 먹은 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C씨는 담배를 스트레스 해소 출구로 여겼다.

기혼자라고 밝힌 C씨는 “아기는 없지만 언젠가 당연히 담배를 끊어야 할 것”이라며 “‘나중에 임신하면 어차피 끊을 테니’라는 생각에 거듭 금연을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C씨가 다니는 회사는 업무 특성상 여자가 많다. 그는 “회사 흡연구역만 가도 3분의 2가 여자”라며 “내가 숨어서 담배를 피워서 그런지 공개 흡연하는 여성들을 보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참으로 모순이다.

 

지난해 방송됐던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 사진=영상화면 캡처


여성 흡연을 보는 사회 시선은 차갑다. 남성 흡연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건 아니나, 여성에게는 좀 더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사회 인식을 C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사회가 여성흡연을 긍정적으로 봐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되려면 정말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죠. 일단 흡연자인 저부터 당당하지 못하고, 숨어서 담배를 피우니까요. 그러면서 여성 흡연자를 이상하게 보기까지 하고.”

C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남녀 구분 없이 흡연자를 똑같이 생각한다면 색안경은 쓰지 않을 텐데…. 흡연이 또 좋은 건 아니라서요. 그렇다고 술은 숨어서 마시는 것도 아니고.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현실이네요.”

C씨는 처음부터 담배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흡연구역 찾아 어두운 골목 찾을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성별은 둘째치고 일단 흡연이 당당한 건 아니죠. 하지만 여자라고 죄인처럼 숨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부터 그들(여성 흡연자)을 부정적으로 보잖아요? 슬퍼요. 언젠가는 여자의 흡연을 남자의 그것처럼 이해해줄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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