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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사냥'의 또 다른 주인공은 산이다. 중년의 걸출한 배우 안성기와 최근 화제작인 '아가씨'에 출연했던 배우 조진웅이 1인 2역을 맡았고 충무로 블루칩 여배우로 떠오르고 있는 한예리까지 출연한 영화에 산이 주인공이라고 하면 다소 맥 빠질 수도 있지만 정말 그렇다.
'사냥'에서 추격적인 벌어지는 장소가 산이고 영화에 모든 중요한 대사와 장면들은 산을 배경으로 벌어진다. '사냥'에서 보여주고 있는 산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산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사냥'에서 소개된 산은 미지의 힘을 갖고 있고 사람을 이끄는 마력이 있다.
'사냥'은 오르지 말아야 할 이 산에 오른 엽사꾼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 기성(안성기 분)이 한나절 동안 벌이는 추격전을 다룬 영화다. 이 사이에는 양순(한예리 분)이 끼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추격 스릴러를 표방한 '사냥'이 산에서 벌이는 추격전은 어떨까. 예상 외로 흥미진진하다. 우뚝 솟은 산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사냥'의 백미다. '사냥'은 산의 지형과 환경을 이용해 참신한 액션들을 구현해내는데 성공했다.
좁은 산길은 추격의 방행가 되는 장애물이 되고 산 중턱에 있는 넓은 들판은 이들이 결전을 벌이는 결투장이 된다. 맨 처음 '사냥'에서 보여준 산이 고요해보였다면 기성과 양순을 제거하기 위해 엽사꾼들이 벌이는 추격전에 돌입된 산의 모습은 광기 그 자체다.
산에 표정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사냥'은 산이 그려낼 표정을 배우들의 얼굴을 통해 밝혀낸다. 여기서 안성기와 조진웅은 서로에게서 미치도록 도망치고 싶어하고 잡고 싶어하는 관계를 감정과 액션으로 무수히 표현해냈으며 이는 대부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그래서 '사냥'은 어쩌면 몇몇 관객에게 체험의 영화로 다가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과 함께 등반하고 그들과 함께 쫓기다 보면 어느 새 산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리 산에서 펼쳐진다고 하지만 '사냥'은 사람이 중심인 영화다. 탐욕과 광기, 의지와 희망 끝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서 있다. 자연과 인간을 이렇게 조화롭게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차갑게 그려낸 영화가 또 있었을까. 과연 이 광기가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슈팀 ent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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