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팀에서의 메시는 흠 잡을 곳 없는 선수다.
세계 최고의 클럽인 FC바르셀로나에 몸담으며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역대 최다인 5차례 수상했다.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차례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국가대표 유니폼만 입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 출범 100주년을 맞아 특별 개최된 2016 코파아메리카에서도 불운은 계속됐다.
아르헨티나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칠레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2-4로 패했다.
메시는 국가대표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해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칠레 선수들의 거친 태클을 온 몸으로 받아야 했지만 툴툴 털고 일어나 공격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유리한 흐름 속에서도 득점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동료들은 메시를 도와주지 못했다. 오히려 방해만 됐다.
메시가 전반 28분 칠레 미드필더 마르셀로 디아스(셀타비고)의 퇴장을 이끌어냈지만 전반 43분 아르헨티나 수비수 마르코스 로호(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결승전에서의 수적 우위는 15분 만에 사라졌다.
메시의 공격 파트너였던 곤살로 이과인(나폴리)은 전반 초반 결정적인 기회를 날렸다.
승부차기로 이어진 경기에서는 메시마저 흔들렸다. 첫 번째 키커로 등장한 메시는 공을 하늘로 날렸다.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우위를 잡는데 실패한 아르헨티나는 결국 루카스 비글리아(라치오)의 실축까지 겹치면서 무릎을 꿇었다.
메시는 패배가 확정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동료들의 위로도 별 소용이 없는 듯 했다.
메시는 2005년 처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발탁됐다. 2006 독일월드컵 8강과 이듬해 코파아메리카 결승 진출을 이끌어내며 우승은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메시의 무관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 호흡을 맞춘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독일에 0-4로 참패했고 개최국 자격으로 나섰던 2011 코파아메리카에서는 8강에서 허무하게 탈락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과 2015 코파아메리카, 그리고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메시는 화려하기만 한 축구 인생에 적잖은 오점을 남기게 됐다.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면서도 아르헨티나의 무관과 맞물려 생겨난 마라도나에게 밀린다는 일부 자국민들의 평가 또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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