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①에 이어
이렇게 멋진 엄마가 있을까! '또 오해영' 속 오해영 엄마가 시청자를 웃기고 울린다. 사고뭉치 딸을 타박하다가도, 순탄치 않은 사랑에 속앓이하는 딸의 마음을 속 깊게 헤아리고 품어준다. 이른바 '츤데레(쌀쌀맞아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매력을 지닌 황덕이 캐릭터는 '또 오해영'의 공감과 인기를 이끈 숨은 동력이다. 황덕이 캐릭터는 그간 주인공의 주변인물에 머물렀던 엄마 역할의 재조명을 일궜다는 데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엄마의 이미지는 그 인물이 보이기 보다 누군가의 엄마로 존재하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반면 황덕이는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엄마로서 표현되고, 인물의 성격도 극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것 아닐까요? 저 또한 사실적인 표현에 후련함을 느끼며 연기하고 있어요."
김미경은 "실제 성격은 황덕이보다 덜 다혈적인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자식에 관한 일이라면 물불 안 기리는 것은 황덕이 못지 않을 것 같다"며 "모든 엄마 마음이 그렇듯 딸이 행복하다면 뭐든 따라하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황덕이처럼 그에게도 사랑하는 딸이 있다. 배우로서, 엄마로서 인생을 통틀어 딸은 어떤 의미일까.
"세상에 태어나 한 일 중 가장 장한 일은 딸아이를 낳은 일이에요. 좀더 나은 사람으로, 좀더 괜찮은 어른으로 살도록 노력하게 해주는 존재죠. 딸이 해영이처럼 감정에 휩쓸리는 사랑을 한다 하더라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응원해줄 거예요. 극중 해영과 도경(에릭 분)의 사랑은 그 과정이 서글프고 험난하지만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마음은 이미 뜯어 말린다고 정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거잖아요. 도경 같은 사위요? 장모보다는 엄마의 마음으로 품어줄 것 같아요."

황덕과 남편 경수(이한위 분)가 만들어가는 부부 케미도 공감과 재미를 주는 포인트다. 불같은 성격의 황덕이를 조용히 챙기는 남편 오경수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코믹한 부부애를 탄생시켰다. 김미경은 상대적으로 대사가 적은 이한위와의 호흡에 대해 "대사는 적지만 표정과 몸짓으로 나보다 많은 말씀을 하신다"며 웃었다.
"극중 경수는 온전한 황덕이 편,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황덕이 단점까지 방패가 되어주는 든든한 동지예요. 사실 대본 몇쪽에 달하는 대사를 혼자 하다보면 가끔 이한위씨가 부럽기도 해요.(웃음) 하지만 속 시원히 지르는 것이 차라리 후련해요. 황덕이 성격상 입을 다물었다면 아마 화병 났을 거예요."
김미경에게 '또 오해영'은 31년 연기인생 동안 '배우 김미경'의 새로운 가치를 알린 작품으로 필모그래피에 남을 만한 작품이다. 시청자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은 황덕이로 촬영장을 누빈 시간은 김미경에게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드라마를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소중한 작품들이 몇 개 있어요. '또 오해영'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아주 신나는 롤러코스터를 탔던 기억으로 떠올려질 듯해요"
그는 31년 전이나 지금, 그리고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연기 신념으로 대중을 만나겠노라 마음을 다잡는다.
"연기는 '나로부터 출발' '계산하지 않는 정직한 감정전달'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진심이어야 제 말을 들어주시겠죠. 연기는 할수록 어렵고 '이만하면 됐다'는 만족은 아마 죽을 때까지도 없을 것 같아요.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예요."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뽀빠이 엔터테인먼트, CJ E&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