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울 구로 엠케이볼링장에서 열린 ‘2016 바이네르·콜럼비아컵 프로볼링대회’ 결승전. 정호정(퍼펙트코리아)은 프로 최강 정태화(DSD)를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통산 3승을 거둔 정호정은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메이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은 3000만원이다.
한국프로볼링협회(KPBA) 역대 세 번째 남녀 성 대결로 타이틀 매치가 이뤄진 결승에서 정호정은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를 보였다. 1프레임은 9커버로 시작했지만 2프레임부터 내리 6연속 스트라이크를 앞세워 정태화를 249-209로 눌렀다.
경기 후 정호정은 “너무 기쁘다. 사실 별 기대 없었는데 정태화 프로가 미스를 하고 내가 스트라이크를 쳤을 때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감이 잡혔다”며 “꿈 자리가 좋은 덕분에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정호정은 “바닥에 종이를 깔고 변을 보는 꿈을 꾼 뒤 깼다”면서 “어른들이 변은 돈과 연관된다고 해서 좋은 일이 있으려나 조금 기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 참가 전만해도 정호정은 우승은 꿈도 못꿨다고 했다. 그는 “메이저 대회는 항상 예선 통과가 목표다. 남자 선수들 기술이 좋아서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대회에 나섰는데 우승까지 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호정은 농담처럼 남편에게 메이저 대회 우승하면 은퇴하겠다고 했단다. 하지만 막상 우승을 이뤄내니 한 발 뒤로 뺏다. 정호정은 “은퇴해야하냐고 남편에 물어보니 조금 더 하라고 해서 즐겁게 칠 생각”이라고 했다.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깬 적은 처음이다. 그만큼 정호정의 우승은 볼링계 새 이정표를 새운 셈이다. 그는 “여자 선수들도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더 훌륭한 선수들이 뒤에 있으니 앞으로 이런 일이 자주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메이저를 제패한 정호정은 “오는 10월 삼호코리아컵 국제대회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더 분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사진=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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