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선비 심노숭은 1792년 아내의 상을 치른 후 제문을 쓰며 스스로 물어보았다. 책을 읽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문득 떠올리면 끊임없이 솟는 눈물의 정체가 무엇이냐,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게 이치인데 어찌 눈물만은 아래에 있는 마음(심장)을 통해 위에 있는 눈에서 흐른단 말인가.
1792년은 심노숭에게 가슴 아픈 날의 연속이었다. 부친이 당쟁에 휘말려 가문이 흔들렸고 동갑내기 아내가 세상을 떴는가 하면 어린 딸과도 영영 이별했다. 아내를 잃고 너무 슬퍼하면 부정적으로 여기는 인식이 없지 않았던 당시의 풍속에서 보면 이례적으로 아내를 그리워하는 50여편의 시문을 그는 남겼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며 쓴 글을 만사(輓詞), 제문(祭文)이라 한다. 오늘날 추도사와 비슷하다. 만사는 장례를 치를 때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쓴 글이고, 제문은 상을 치른 후 제사를 지낼 때 읽는 글이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 감동이 크다.
임금도 만사, 제문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영조는 생모 숙빈최씨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쳤다. 그가 직접 쓴 ‘숙빈최씨 사우제문 원고’(淑嬪崔氏祠宇祭文原稿)(보물 제1631-1호·사진)에는 “스물다섯에 어머니를 잃고 세상 살아갈 생각이 없어졌다. 6년 동안 말하지 못했던 마음”이라는 고백이 담겨 있다. 냉철한 영조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외로움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래에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며 글을 쓴다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과거가 현재로 이어지듯 현재의 나는 곧 미래의 나가 아닐까. 만사와 제문은 지금의 삶에 충실하라는 잔잔한 교훈이다.
황정연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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