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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핸디캡을 극복하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는 배우들의 열연, 아름다운 미장센 외에도 곱씹을수록 묘한 '맛'을 내는 명대사들이 많다.
이 작품을 이끈 수장 박찬욱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대사를 미리 점찍어달라"는 기자의 주문에 하정우의 마지막 대사를 꼽았다.
"극 중 하정우씨가 마지막에 한 대사 'XX는 지키고 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니겠어요? 사실 그 전에 김태리양의 '다시는 애기 장난감 같은 물건 내 손에 갖다대지 말아요'하는 대사가 있었고, 또 정우씨가 김민희씨한테 '배꼽 아래까지 닿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었죠. 사실 이게 다 연결이 된 거예요."
박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하정우가 분한 사기꾼 후지와라 백작은 숙희(김태리)로부터 '애기 장난감 같다'는 말을 들은 이후 극심한 콤플렉스에 빠져들었다. 이 장면을 히데코(김민희)가 다 지켜봤기 때문. 이에 뭔가 굴욕감을 느낀 후지와라는 히데코에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 이런 대사들을 내뱉게 됐다는 것.
'아가씨'에 등장하는 두 사람, 후지와라와 코우즈키(조진웅)는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남자 주인공들이다. 조선인이지만 일본인이 되고 싶어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속이는 인물들인 것. 박 감독은 이들에게 '슈퍼 빌런(악당)'이 아닌, '슈퍼 친일파'란 칭호를 부여하며 그들의 뒤틀린 욕망과 가식을 꼬집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명대사들이 영화 속에 담겼다.
박 감독은 관객들에게 "스릴러 영화로서의 재미를 오롯이 느끼시길 바란다"라며 "겉으론 우아하거나 우아한 척 하지만 속으론 상처를 안고 있거나 뒤틀린 인간들이 나오는 영화다. 두 세계가 충돌하고 하나가 됐을 때, 우아하면서도 변태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러운 세계를 체험해 보시기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아가씨'는 지난 1일 개봉,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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