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의 유니폼 넘버, 22번의 주인공…③'로켓맨' 로저 클레멘스, 354승과 사이영상 7회에 빛나는 대투수지만 '약물복용'으로 추락
로저 클레멘스(윌리엄 로저 클레먼스=1962년 8월 4일생)는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투수 중 단연코 최고이다.
로켓맨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불을 뿜는 듯한 강속구가 특징이다.
그의 주무기에 대해 "빠른 볼, 그보다 빠른 볼, 그보다 더 빠른 볼이다"라는 평이 있을 만큼 묵직하고도 무시무시한 속구로 24년간 최고투수로 군림했다.
△양키스 선수들, 클레멘스 합류소식에 "만세" 불렀을 만큼 '헤드 헌터'로도 악명 떨쳐
코믹한 멘트와 의표를 찌르는 표현으로 이름을 떨쳤던 미국의 유명 평론가 앤디 루니가 CBS방송 시사 프로그램이었던 식스티 미니츠(60 Minutes)에서 로저 클레멘스를 소개한 적이 있다.
앤디 루니는 프로그램 초반에 "뉴욕 양키스선수들이 라이벌 보스턴을 위해 뛰었던 로저 클레멘스가 온다는 소식에 '이제 살았다'며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최고투수 가세로 팀 전력이 급상승했다는 기쁨이 아니라 자신들의 머리를 온전히 지키게됐다는 안도감에서 나온 만세였다.
클레멘스는 광속구와 함께 물러서라는 의미에서 상대타자 머리를 향해 공포에 가까운 위협구를 던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얼마나 유명했으면 그의 또다른 별명이 '헤드 헌터'였다.
비신사적 행위, 징계 경고에도 불구하고 클레멘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 타자(주로 잘치는 타자)를 보면 주저없이 머리를 향해 로켓을 날렸다.
이런 까닭에 양키스 선수들은 '이제 머리통이 깨질 염려는 사라졌다'며 만세를 불렀다.

투수들이 꿈꾸는 상은 사이영상이다. 매시즌 내셔널리그, 아메리컨리그 최고 투수 1명이 사이영상을 받는다.
클레멘스는 무려 7번이나 사이영상을 챙겨 역대 최다 수상자로 지금까지 이름을 남기고 있다.
최다 사이영상 2위수상자가 5회(랜디 존슨)일만큼 로저 클레멘스의 7회 수상은 입이 벌어질만큼 대단한 업적이다.
또 하나 클레멘스가 위대한 것은 사이영상은 그가 뛰었던 모든 팀(4개팀)에서 받았다는 사실이다.
로저 클레멘스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3차례(1986, 1987, 1991),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2차례(19097,1998), 뉴욕 양키스 시절 1차례(2001), 슈스턴 애스트로스 시절 1차례(2004)씩 받았다.
△354승으로 역대 다승랭킹 9위 등
로저 클레멘스는 통산 다승랭킹 9위(354승), 통산 탈삼진 3위(4672개)와 함께 유일무이하게 한경기 탈삼진 20개를 두차례(1986년 4월 29일 시애틀 매리너스전, 1996년 9월 18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나 기록한 투수이다.
△현역 막판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모든 명예 와르르
로저 클레멘스는 2007년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약물 복용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미첼리포트)에 이름이 등장했다.
선수 생활 막판에 성적 향상을 위해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의혹을 받았으며 본인은 부인과 2012년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테로이드 복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약물 스캔들만 없었다면 로저 클레멘스는 사상 초유의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2012년부터 2016년 초까지 4차례 연속 투표에서 미끄러졌다.
그보다 오랫동안 약물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홈런왕 배리 본즈에 비해 억울한 측면이 있기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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