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호평과 입소문에 힘입어 관객 '600만 고지'를 바라보고 있는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에는 관객들을 제대로 홀린 '명대사'들이 여럿 등장한다.
공포와 스릴러의 근사한 조합, 끝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극도의 서스펜스 외에도 이 영화 속 여러 인물들의 대사에 주목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이는 극장 밖을 나와 다양한 상황이나 실생활에서 응용되는 등 관객들에게 2차적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요즘 '곡성'을 안 보면 사람들과 대화가 안 통한다"며 극장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곡성' 측이 영화 속 명대사 '베스트 3'를 공개했다.
#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마을에 발생한 의문의 사건 피해자들과 같은 증상을 겪기 시작하는 '효진'(김환희). 그런 '효진'의 증세가 악화되어 가자 '종구'(곽도원)는 마을에 들어온 외지인을 의심하며 '효진'에게 그를 만난 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아부지 경찰이여. 그짓말허먼 다 알어. 니 그 사람 만난 적 있제? 말혀 봐. 중요헌 문젱께."(종구)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효진)
아버지 종구를 향해 마치 귀신에 씌기라도 한 것처럼 대차게 몰아붙이는 효진의 낯선 모습은 극 중 종구뿐 아니라 관객들까지 일순 얼어붙게 만들며 긴장감을 선사했다.
관객들은 "'곡성' 아역배우(김환희) 대사나 연기력은 정말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뭣이 중헌디!'를 단숨에 유행어로 만든 '곡성'의 히로인 효진!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등이 따끔할 정도!" "사투리를 잘 소화한 것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느껴져야 하는 서늘함과 섬뜩함을 치밀하게 표현했다" "아역배우지만 그냥 배우라고 부르고 싶다! 이 대사 오래 기억될 듯"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아역배우 김환희의 놀라운 연기를 극찬했다. 이 대사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하게 패러디되고 있다.
# 그놈은 그냥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자네 딸내미는 고것을 확 물어분 것이여
딸 효진을 지키기 위해 종구는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집안에 불러들인다.
첫 번째 굿으로도 효진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일광은 두 번째 굿을 준비하고, 그런 일광에게 왜 하필 자신의 딸이 이런 일을 당하는지를 묻는 종구.
그런 종구에게 일광은 "자네는 낚시를 헐 쩍에 뭣이 걸려 나올지 알고 허나? 그놈은 그냥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자네 딸내미는 고것을 확 물어분 것이여"라며 어린 효진에게 찾아온 불행의 이유를 설명한다.
나홍진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어떤 사건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자는 도대체 어떤 연유로 그 피해를 입어야 하는 것일까 생각했고, 그 원인을 찾고 싶었다"라며 연출의도를 밝힌 바 있다.
관객들은 "그냥 미끼를 던졌을 뿐이라는 일광의 대사, 이 영화 자체가 미끼다" "그저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영화를 보진는 관객들에게 하는 말 같다" "영화의 내용을 관통하는 대사인 듯. 미끼를 문 것은 관객이 아닐까"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 우리 효진이… 효진이 살려야 디여… 그 새끼 꼭 잡아야 디여…
일광의 굿으로도 딸의 증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종구는 자신이 의심하는 외지인을 직접 찾아 나선다.
친구들과 함께 외지인(쿠니무라 준)을 추격하던 종구 일행은 막다른 절벽 끝에서 외지인을 놓치게 되고, 이에 절망하는 종구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절규로 부성애를 보여준다.
"우리 효진이… 효진이 살려야 디여… 그 새끼 꼭 잡아야 디여…,"
오열하는 종구의 모습은 딸을 꼭 살리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절절한 마음을 드러낸다. 관객들은 "부성애 들끓는 곽도원의 연기에 감탄" "돌진하고 또 돌진하는 모습은 멋진 아빠였다! 그의 애타는 부성애에 부모로서 이해가 되었다" "곽도원의 부성애 연기가 엄청나게 찡하게 느껴지며 애잔했다" "잘 놀라고 소심한 '종구'가 딸을 위해서 못할 일이 없는 모습, 부성애를 잘 표현했다" 등 배우 곽도원의 연기를 칭찬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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