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거짓말(허구)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영화 안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은 '거짓말쟁이'인 걸까.
'양치기들'(감독 김진황)은 달콤한 거짓말의 유혹에 넘어간 한 남자 완주(박종환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공교롭게도 이 남자의 직업은 배우다. 맘만 먹으면 주변인들을 홀딱 넘어가게 만드는 연기력으로 친구와 함께 '역할대행업'도 하고 있다.
그런데 완주는 가난한 배우다. 극단에서는 '빽' 하나 없어 배역에서 물러나기 일쑤, 아픈 엄마한테 보낼 병원비가 없어 친구들에게 꾸러 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그런 그에게 하나의 제안이 들어왔다. 동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어 달라는 것.
병원비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영 '양심 없는 놈'은 아니었던 완주는 뭔가 꺼림칙한 느낌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한 남자가 며칠간 겪은 일을 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형식이다. 불안정한 삶을 사는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관객들을 시작부터 불안감에 떨게 한다. 결국 진짜 범인은 누구이며, 거짓말을 한 완주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결말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김진황 감독은 영화 속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현대인들의 기망, 고독, 무관심 등을 꼬집는다. 완주에게 '일일 남자친구'가 되어줄 것을 의뢰했던 미진(김예은)의 사연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울림을 준다.
결국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관객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이고 더러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진실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않는 인물들의 엔딩은 못내 찝찝한 기분을 안긴다. 관객 나름의 해석을 가능케 하는 열린 구조이긴 하지만, 이는 곧 답답한 우리의 현실을 겨누는 것 같아 슬프다.
배우 박종환은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비췄지만, 이 영화가 발굴해낸 최고의 보석 같다. 선과 악 모두 표현 가능한 천의 얼굴을 지녔다. 앞으로 스크린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다. 요즘 주가가 높은 배우 류준열도 출연하긴 했지만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청소년관람불가. 80분. 6월2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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