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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녀 vs 한남충…온라인서 불붙은 '묻지마 이성혐오'

입력 : 2016-05-23 19:11:13 수정 : 2016-05-23 21: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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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화장실 살인' 계기로 확산 조짐
“열등감 ‘한남충’(한국 남성을 벌레에 빗대 비하하는 표현)들 약자한테 화풀이했다.”

지난 17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사건’ 관련 보도에 수많은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이 중에는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남성이나 여성을 일방적으로 비방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이 넘쳐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혐오표현금지법’의 제정까지 검토해야 할 만큼 온라인을 중심으로 표출되는 ‘이성혐오’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2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이수연 선임연구위원이 쓴 ‘온라인 성차별성 모니터링 및 모니터링 도구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들어 온라인상의 이성혐오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 720건에 달린 댓글 8만7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댓글의 2.6%인 2264건에서 이성혐오나 성차별 표현이 나타났다. 뉴스 종류별로는 연예뉴스에서 성차별이나 이성혐오 댓글이 6.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사회(1.9%), 체육(1.7%), 정치(1.2%) 분야 뉴스 순으로 성차별 댓글이 많았다.

댓글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외모 가꾸기에 열중한다’는 식의 성차별 의견(42.6%)과 ‘술집 여자’나 ‘군대도 안 갔다온 남자’ 등 이성비하(40.3%)가 주를 이뤘다. ‘김치녀’(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나 ‘한남충’ 등 이성혐오(17.1%) 성격의 글도 적지 않았다.

댓글을 통한 상대 비하나 차별의 표적은 여성(75.9%)이 남성(15.4%)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장애인과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댓글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최근 들어 기사 내용과 거리가 먼 이성혐오 댓글 논쟁도 부쩍 잦아졌다. 카드 승인실적을 분석한 결과 해외결제가 늘었다는 한 경제 기사를 놓고 벌어진 ‘댓글전쟁’이 대표적이다. 이 기사에 한 네티즌이 “한국 남자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다. 아파트 해오라는 여자 비위 맞춰가며 연애와 결혼까지 하려면 해외여행을 가기 어렵다. 반면 여자들은 호구 남자들이 알아서 데이트비용 집값 다 내주니 해외여행 편하게 간다”는 댓글을 달자 해당 기사는 바로 이성을 혐오하고 비방하는 추가 댓글로 도배됐다.

‘혐오금지법’ 제정 같은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이다. 이수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온라인 심의제도는 음란, 명예훼손, 도박, 국가보안 등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성차별이나 성별혐오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사회의 건전성을 위협할 정도로 성별혐오가 늘어난 만큼 혐오금지법 제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이 적개심까지 담긴 댓글로 ‘사회적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사회적으로 경제난과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사람들이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다”면서 “(이중 상당수가) 온라인상의 익명성에 기대 손쉽게 약자를 비방하거나 공격하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이성혐오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상의 본질을 직시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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