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민음사, 창립 50주년 기념 ‘세계시인선’ 새단장

입력 : 2016-05-19 20:47:32 수정 : 2016-05-20 00:59:47

인쇄 메일 url 공유 - +

박맹호 회장 1인 출판사로 시작
반세기 동안 문학의 대중화 선도
원본·한글번역 동시 게재 ‘시인선’
이번에 새로 개편 15권 먼저 선봬
작년 문예지 ‘세계의 문학’ 접고
8월 1일 격월간 ‘에디터러리’ 창간
‘민음사’는 1966년 5월 19일 출판사 등록허가증이 발부됐다. 출판사 주소지는 서울특별시 노량진동 개인 집이었고 사무실은 광화문 동아일보사 옆 전화상 ‘전일사’였다. 이 출판사를 창립한 박맹호(82·사진) 회장은 처남 가게를 근거지로 전화를 받고 연락을 취했다. 1인 출판사요 이른바 ‘스탠딩 컴퍼니(stnading company)’였다. 첫 책은 일본 책을 신동문씨가 번역한 ‘요가 - 이 신비한 건강의 비법’이었다. 첫 책이 요행히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가 한국 출판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면서 민음사는 그동안 7000권 넘는 책을 낸 한국의 대표적인 출판사로 자리 잡았다. 어제 창립 50주년을 맞은 이 출판사가 한국문학과 출판계에 기여한 부분은 적지 않다.

가장 부각되는 점은 전집과 외판 중심의 출판계에서 단행본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집을 대중화한 ‘세계시인선’과 ‘오늘의 시인총서’ 시리즈다. 아울러 ‘오늘의 작가상’과 ‘김수영문학상’을 만들어 한수산 이문열 박영한 최승호 장정일 강석경 등 스타 작가를 발굴해 이른바 본격문학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이카넷 시리즈로 500권 가까운 인문학술 서적을 출간했고 김우창 유종호 두 석학을 상징적인 편집위원으로 초빙해 계간 ‘세계의 문학’을 발행하면서 한국문학의 한 축을 뒷받침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시인선’ 표지
창립 50주년은 맞았지만 창작과비평사가 프레스센터에서 성대하게 지난해 말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현암사가 파주에서 70주년 기념식을 열었던 데 비해 민음사는 관행대로 새로운 책을 내는 것으로 조용히 넘어가는 국면이다. 민음사 창립자 박맹호 회장은 성장기에 정치와 사업을 병행했던 부친이 집안에 외부인을 초청해 많은 이들을 힘들게 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번거로운 행사 대신 내실 있는 책의 얼굴로 기념일을 대체해왔다. 이번에는 그가 100권을 목표로 1973년 말 첫 책을 냈던 ‘세계시인선’을 새롭게 개편해서 15권을 먼저 선보이는 것으로 출판사 반백년을 기념했다.

세계시인선은 박 회장이 “우리가 보는 외국 시인의 시집은 대부분 일본판 중역이라서 신뢰가 안간다”면서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에게 원본과 한글번역을 동시에 게재하는 시인선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백·두보의 ‘당시선’(고은 역주), 폴 발레리의 ‘해변의묘지’(김현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검은 고양이’(김주연 〃), 로버트 프로스트의 ‘불과 얼음’(정현종 〃) 등 5권이 그 시작이었고 63권까지 출간됐다. 이번에 장정과 제목과 판형까지 바꾸어 새로 내기 시작하는 세계시인선은 호르페우스의 ‘카르페 디엠’을 1권으로 선정했다. 히브리 시문학의 정수를 담은 ‘욥의 노래’와 이영준과 안도현이 엮은 김수영의 ‘꽃잎’, 백석의 ‘사슴’을 비롯해 찰스 부코스키의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브레히트의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 헤밍웨이의 ‘거물들의 춤’ 등 9권이 이번에 새로 얼굴을 내미는 목록이다. 이와 함께 기존 출간분 중 애드거 앨런 포의 ‘애너벨 리’와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역자를 김경주 시인과 문학평론가 황현산으로 바꾸었다.

민음사는 지난해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과 함께 정립 구도를 일찍이 형성했던 전통의 문예지 ‘세계의 문학’을 접었다. 한국문학이 독자들을 잃고 침잠해가는 맥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민음사는 50주년을 맞아 변화된 출판환경과 독자들의 성향을 감안해 새로운 문예지를 창간하고 보다 유연한 출판행위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8월 1일 선보일 격월간 문예지 ‘에디터러리’(가제)는 편집자들의 역할이 강화되는 성격이다. 따로 편집위원을 두지 않고 민음사 편집부 성원들이 주체적으로 개입해 테마 기획을 앞세워 기존 창작물 발표 마당 형식을 넘어서겠다는 다짐이다. 편집자 ‘에디터(editor)’와 문학적인 ‘리터러리(literarily)’를 합성해 ‘에디터러리’라고 제목을 정한 이유다. 이와 함께 보다 유연하게 독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따로 개설하고 독자들을 직접 만나는 다양한 통로를 열어 변화된 환경에 탄력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을 오가는 박맹호 회장 대신 박근섭 박상준 두 자녀가 민음사를 꾸려 왔다.

박상준 공동대표는 “출판시장이 어렵다지만 좋은 편집과 콘텐트가 어려운 시기를 뚫고 나갈 힘이라고 믿는다”면서 “기본기를 항상 탄탄히 해가면서 한발한발 나아가는 게 여전한 민음사의 태도”라고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