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칭찬받을만한 행동을 했을 때 상으로 초콜릿, 사탕 등을 주거나 잘못했을 때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한 적이 있나? 상과 벌로 음식을 주는 행동이 아이를 ‘감정적 허기’를 느끼는 성인으로 자라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외 매체 데일리메일이 12일(현지 시간) 전한 소식이다.
음식은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부모들은 아이의 좋은 행동을 반복하게 할 목적으로 과자 등을 주고 말을 안 들으면 밥을 굶긴다. 종종 아이가 지루해하거나 떼를 쓸 때 달래려고 입에 음식을 물리기도 한다.
한두 번이면 괜찮지만 이러한 행동이 계속된다면 잘못된 식습관을 길러줄 확률이 높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감정적 식사(emotional eating)'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 최근 애스턴 대학의 클레어 패로우 박사와 엠마 해이크래프트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3세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했다. 아이들은 약 4분간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으러 간 사람을 기다려야 했다. 실험 당시 아이들은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혀 배고프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장난감과 음식 중 무엇을 택했을까?
실험집단의 3~5세 아이들은 통제집단과 결과가 비슷했다. 다시 말해, 지루하다고 굳이 음식을 먹진 않았다. 다만, 연령대가 2살 많아진 비슷한 실험에선 배고프지 않음에도 음식을 택한 아이가 많았다. 감정적 식사를 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4~6살 사이에 감정적 폭식을 하려는 습성이 길러진다고 추론했다. 또한, 부모들이 상과 벌로 음식을 이용한 아이일수록 5~7세 때 감정적 폭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식을 이용해 아이를 교육하는 것이 아이가 성장했을 때 비정상적인 식습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아이들은 너무 많은 양의 음식에 노출되어 있다. 기업들은 아이들이 배고픔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먹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도록 광고하고 있다. 맛만 있을 뿐 건강하지 않은 기름진 음식들은 아이를 유혹해 쉽게 비만이 되도록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고칼로리의 음식을 ‘보상’이나 ‘기념하는 방식’으로 여기도록 아이를 교육하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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