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면이 사람들의 사고·인식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글을 읽을 경우 광범위한 독해보다는 보다 세세한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로 숲(전체 스토리나 맥락)보다는 나무(구체적인 사실과 항목)를 본다는 얘기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카네기멜론대학과 다트머스대학 연구진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리고 있는 미 컴퓨터기계공학회 학술대회에서 ‘디지털·비디지털 플랫폼이 촉발한 인지적·구조적 층위의 다변화’라는 제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제프 코프먼(카네기멜론대학)·메리 플래내건(다트머스대학) 교수는 300명이 넘는 피실험자들을 6개 그룹으로 나눠 총 3개의 실험을 벌였다. 연구진은 한 실험에서 작가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단편소설을 동일한 시간 동안 각각 PDF파일과 노트북으로 읽은 2개 그룹 모두에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을 묻는 퀴즈와 구체적이고 단편적인 사실 위주의 퀴즈를 냈다.
그 결과 인쇄물로 소설을 읽은 참가자들은 첫 번째 퀴즈에서 평균 7.91점을 받았지만 두 번째 퀴즈에선 7.00점을 받았다. 디지털 화면으로 소설을 읽은 참가자들은 반대였다. 이들의 첫 번째 퀴즈 평점은 5.74점이었고, 두 번째는 8.79점이었다.
연구진은 또 다른 참가자들에게 연비와 내부 공간 등에 관한 네 가지 모델의 자동차의 성능 및 등급(적당, 우수)이 적힌 보고서를 각각 노트북과 인쇄물로 살피도록 했다. 이어 어떤 차량이 가장 뛰어난 모델인지를 물었을 때 종이로 본 참가자들의 정답률은 66%인 반면 똑같은 정보를 디지털 화면으로 접한 참가자들의 정답률은 43%에 그쳤다.
코프먼 교수는 “디지털 화면은 거의 터널 시야(tunnel vision)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보다 높은 차원의 맥락(context)보다는 당장 습득한 정보에 집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터널 시야는 터널 안에선 오로지 입구를 통해서만 밖을 바라보는 현상을 일컫는다.
디지털 글읽기는 멀티태스킹과 주의력 분산, 과잉 정보 등으로 상대적으로 텍스트를 빠르게 훑거나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코프먼 교수는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전반적인 인간 독해 능력의 퇴화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각종 데이터가 넘치는 디지털 시대 보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기억할 수 있고 재해재난과 같은 위급 상황시 보다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양측의 균형은 필요하다. 나무를 집중적으로 봐야 할 때가 있는 만큼 전체 숲에 관한 조망이나 파악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프먼 교수의 경우 하루 일과의 4분의 3 이상은 디지털 화면을 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WP는 전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카네기멜론대학과 다트머스대학 연구진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리고 있는 미 컴퓨터기계공학회 학술대회에서 ‘디지털·비디지털 플랫폼이 촉발한 인지적·구조적 층위의 다변화’라는 제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제프 코프먼(카네기멜론대학)·메리 플래내건(다트머스대학) 교수는 300명이 넘는 피실험자들을 6개 그룹으로 나눠 총 3개의 실험을 벌였다. 연구진은 한 실험에서 작가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단편소설을 동일한 시간 동안 각각 PDF파일과 노트북으로 읽은 2개 그룹 모두에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을 묻는 퀴즈와 구체적이고 단편적인 사실 위주의 퀴즈를 냈다.
그 결과 인쇄물로 소설을 읽은 참가자들은 첫 번째 퀴즈에서 평균 7.91점을 받았지만 두 번째 퀴즈에선 7.00점을 받았다. 디지털 화면으로 소설을 읽은 참가자들은 반대였다. 이들의 첫 번째 퀴즈 평점은 5.74점이었고, 두 번째는 8.79점이었다.
연구진은 또 다른 참가자들에게 연비와 내부 공간 등에 관한 네 가지 모델의 자동차의 성능 및 등급(적당, 우수)이 적힌 보고서를 각각 노트북과 인쇄물로 살피도록 했다. 이어 어떤 차량이 가장 뛰어난 모델인지를 물었을 때 종이로 본 참가자들의 정답률은 66%인 반면 똑같은 정보를 디지털 화면으로 접한 참가자들의 정답률은 43%에 그쳤다.
코프먼 교수는 “디지털 화면은 거의 터널 시야(tunnel vision)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보다 높은 차원의 맥락(context)보다는 당장 습득한 정보에 집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터널 시야는 터널 안에선 오로지 입구를 통해서만 밖을 바라보는 현상을 일컫는다.
디지털 글읽기는 멀티태스킹과 주의력 분산, 과잉 정보 등으로 상대적으로 텍스트를 빠르게 훑거나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코프먼 교수는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전반적인 인간 독해 능력의 퇴화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각종 데이터가 넘치는 디지털 시대 보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기억할 수 있고 재해재난과 같은 위급 상황시 보다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양측의 균형은 필요하다. 나무를 집중적으로 봐야 할 때가 있는 만큼 전체 숲에 관한 조망이나 파악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프먼 교수의 경우 하루 일과의 4분의 3 이상은 디지털 화면을 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고 WP는 전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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