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2일 오후 1시20분경 대전시 서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A(58)씨가 숨져 있는 것을 A씨의 후배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집에서는 술병 100여 개가 함께 발견됐다.
지난 1월 3일 오후에는 부산시 동래구의 한 원룸에서 혼자 살던 C(47)씨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 작년 6월부터 C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원룸 주인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입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으로 들어가 침대 옆 방바닥에 엎드린 채 숨져 있는 C씨를 발견했다. 시신 부패 정도로 미뤄 C씨는 작년 9월경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2월 15일에는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언어재활사 D(29·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관리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시신은 이불을 덮은 채 부패한 상태였는데 경찰은 숨진 지 보름 가까이 된 것으로 추정했다. D씨는 생활고에 시달려 고시원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 사는 아버지와 10월 말 마지막으로 통화하는 등 가족과도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26일에는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E(46)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악취가 난다는 신고에 경찰과 구급대원이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을 때 E씨는 화장실에서 숨져 있었다. 숨진지 한달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사회에 고독사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고독사는 혼자 죽음을 맞이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홀몸노인이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고독사와 유사한 무연고 사망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3년 613만7702명 △2014년 638만5559명 △지난해 662만4120명으로 증가추세다. 이 가운데 홀몸노인은 △2013년 125만2012명 △2014년 131만6504명 △지난해 137만9066명으로 분석됐다. 매년 6만여 명의 홀몸노인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무연고 사망자 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2011년 682명에서 2012년 719명, 2013년 878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4년에는 1008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0명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1245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2014년 무연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은 301명으로 전체의 29.8%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28.2% 늘어난 385명으로 전체의 30.9% 수준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홀몸노인의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로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가족 형태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족 규모가 소규모화됨에 따라 자식과 떨어져 사는 홀몸노인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홀몸노인들이 가족과의 관계에서 멀어질수록 사회 전반에서 단절되기 쉽다는 것도 원인이다.

거동이 불편하고 소득도 마땅치 않은데다 주거환경도 열악하다 보니 외부와의 교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죽음까지도 홀로 맞게 된다는 것이다.
고독사는 꾸준히 누군가와 연락하지 못하고 관계망이 끊어지거나 혼자 살면서 지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고위험군에 속한다. 사실 고독사의 최고 위험군은 50대와 60대 초반이다. 고위험군이면서도 아직 65세가 되지 않아 현실적인 지원과 제도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혼자 죽음을 맞는 사례가 빈발하지만, 아직 고독사를 별도로 집계한 이렇게 할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다만 몇몇 통계 지표만으로도 고독사 증가세를 유추하고, 그 사회적 무게감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물론 무연고 사망자 통계는 가족 등 연고가 없어 정부 예산을 투입해 처리한 시신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혼자 살다가 숨지는 고독사와는 그 개념과 범위가 다소 다르다. 그러나 무연고 사망자 상당수가 고독사일 개연성이 높은 데다 혼자 숨진 뒤 유족에게 시신이 인수되는 사례까지 포함할 경우 고독사 규모와 증가세가 무연고 사망자의 그것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고독사의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노인과 1인 가구 증가세도 가파르다. 노인 5명 중 1명이 홀로 살고 있는데, 독거노인 수는 2025년에 지금보다 1.6배가 늘어 224만8000명이, 2035년에는 2.5배가 증가해 343만 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고독사 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생활관리사가 방문이나 전화를 통해 독거노인 안부를 확인하는 '노인돌봄 기본서비스'나 집에 화재감지기·출입감지장치 등 첨단 장비와 기술을 적용해 안전을 관리하는 '독거노인 응급안전서비스'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 돌봄을 강화하고 있지만, 불어난 수요를 면밀히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국 자치단체들도 저마다 '1인 가구주의 외로운 죽음'을 예방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고안, 시행하고 있다. 18개 시·군 가운데 10곳이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 7곳이 초고령화 사회(20% 이상)일 정도로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강원도는 이·통장 4155명과 함께 '생명사랑 마음나눔 공동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도는 연간 200명 안팎에 이르는 노인 자살자를 줄이기 위해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청주·충주·제천의 5개 복지관은 은둔형·활동제한형 노인이나 우울증을 앓는 노인에게 1명 이상의 친구를 만들어 주고 있다. 단양군은 노인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을 위해 '생명사랑 징검다리 가(家)' 사업을 펴기로 했다. 자살예방 자원봉사자인 '생명사랑 건강 도우미'와 부녀회장 등 30명을 생명지킴이로 선정하고, 이를 알리는 표지판을 해당 지킴이 가정에 부착했다.
경남도에서는 18개 시·군 가운데 10개가 독거노인 공동주거시설 운영과 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해 노인 고독사에 대비하고 있다. 이 조례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주변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5명 이상이 공동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면 전기·전화 요금 등 각종 공과금과 냉·난방비 등을 지원하는 게 골자이다.
부산 기장군은 혼자 사는 노인이 TV 시청을 많이 한다는 데 착안해 일정 시간 TV를 시청하지 않거나 채널을 변경하지 않는 등 이상징후가 보이면, 보호자와 복지 담당자에게 경보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4가구 TV에 시청 패턴을 알 수 있는 수신기를 설치, 서비스 이용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대다수 지자체의 사업 대상이 65세 이상 노인에게만 한정된 것은 한계점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젊은 독거인에게는 손길이 미치지 못해 또 다른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앞서 사례와 통계로 확인한 바와 같이 이제 고독사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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