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기 위해 일해요."
거액의 빚을 떠안은 연예인의 고백이 TV를 채우고 있다. 돌이키고 싶은 실패의 산물이자 쓰라리고 암울한 개인사인 채무가 요즘 TV에서 심심찮게 개그 소재로 등장한다. 연예인의 웃픈(웃기고 슬픈) 빚 고백은 시청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비슷한 고백이 되풀이될수록, 결코 즐거울 리 없는 사생활이 눈길 끌기성 가십으로 입에 올려지거나 웃음 소재로 매몰되는 모습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방송인 이상민은 최근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사실 빚은 (언론에 알려진) 57억원이 아니라 69억 8000만원이다"라고 빚 액수를 공개하며 MC 신고식을 치렀다.
개그맨 장동민은 가수 나비와 교제 전 채무 현황을 알리고 시작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장동민과 함께 출연한 나비는 "장동민이 빚 리스트를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고, 플랜들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날 장동민의 절친 유세윤은 "장동민에게 2억 4000만원 정도 빌려줬다"고 말했고, 장동민은 "유상무가 가장 많이 빌려줬다. 유세윤이 빌려준 금액의 3배 정도 된다"며 유상무에게 6억 가까이 채무를 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개그맨 윤정수는 '파산의 아이콘'으로 아예 캐릭터를 잡았다. 지난 2013년 지인의 보증을 잘못 섰다 파산을 신청한 윤정수는 JTBC '님과 함께', tvN 'SNL 코리아', KBS 2TV '안녕하세요'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개인의 파산을 웃음으로 승화했다.
특히 'SNL 코리아'에서는 H.O.T의 '빛'을 개사한 '빚'을 뮤직비디오로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뮤직비디오 중간에 같은 아픔을 지닌 쿨의 김성수와 방송인 김구라가 특별 출연했다. 김구라는 "원래 빚이란 게 그런거야. 나도 얼마 안 남았어. 힘내자"라며 윤정수에게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윤정수와 김구라는 지난해 9월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빚 액수가 공개됐다. 당시 MC 윤종신은 "김구라의 빚 17억원은 명함도 못 내민다"며 "(윤정수 빚이) 30억원 되는 걸로 안다. 개그맨 최초 파산 신청을 했다.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거액의 빚을 청산한 연예인의 고백도 화제를 모았다.
사업 실패로 떠안은 약 80억원의 채무를 청산한 신동엽은 진행을 맡은 E채널 '용감한 기자들'에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족족 계속해서 갚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다 갚아 있다"고 빚 청산 노하우를 밝혔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중년 허세남으로 주목받는 배우 이동준은 MBC '라디오스타'와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서 영화 '클레멘타인' 제작으로 50억원을 날리고, 행사를 뛰며 빚을 청산한 사연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연예인의 채무 고백은 여느 일반인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일상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준다. 일반인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채무 액수는 은연중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연예인이 주목을 끌고자 빚 고백을 개그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이 과다 채무로 빚어지는 문제점을 희석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당할 수 없는 채무로 인해 개인과 가족까지 고통을 겪는 일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자 많은 이에게 고통을 안기는 채무가 진솔한 '고백'이라는 명목 하 가벼운 웃음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한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는 연예인의 채무 혹은 변제 고백은 일반인의 정서상 쉽게 공감하기 힘든 지점이기도 하다. 거액의 채무를 단기간 갚았다는 고백은 일반인의 현실에 비춰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여느 일반인처럼 빚을 갚으며 살아가는 연예인의 모습이 공감을 일으키는 한편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의 채무를 떠안고도 이를 갚아나갈 수 있는 연예인의 고수익 자체가 상실감을 주는 것이다.
웃음으로 버무려진 연예인의 빚 고백이 자주 전파를 탈수록 시청자로 하여금 과다 채무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다. 시청자에게 정서적으로 끼칠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 두번 웃음 소재로 던져지고 마는 채무 고백을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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