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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 ‘인생역전’ 외국인도 25명이나…

입력 : 2016-04-21 18:32:43 수정 : 2016-04-22 00: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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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8년간… 올해도 벌써 3명
지난달 21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 본점에 미얀마인 남성 두 명이 나타났다. 두리번거리는 이들의 모습에서 용건을 직감한 은행 청원경찰이 곧바로 다가섰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로또 당첨금 받으러 왔습니다.”

한 미얀마인이 유창한 한국어로 답했고 옆에 있던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A씨는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의 품속에는 이틀 전 발표된 제694회차 나눔로또 당첨번호인 ‘7, 15, 20, 25, 33, 43’이 ‘적힌’ 로또 용지가 있었다. 이 회차에서 ‘대박 행운’을 차지한 10명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당첨금만 15억553만6388원. A씨는 국내 거주 기간이 6개월을 넘어 국내 소득세법에 따라 내국인과 동일한 세율 33%의 세금을 제하고 10억870여만원을 손에 쥐게 됐다. 현행 복권법상 외국인은 내국인과 똑같은 당첨 혜택을 누리며 여권이나 외국인 등록증만 있으면 당첨금을 받아갈 수 있다.

A씨는 농협 관계자와 상담에서 “전액을 고국에 송금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금융권과 거래가 가능한 미얀마 은행은 두 곳뿐인 데다 그는 해당 은행의 계좌도 없었다. 새로 계좌를 개설하려 해도 한 달가량 걸린다는 얘기에 낙심한 A씨에게 농협 측은 ‘특급송금’(1일 송금 상한 7000달러)을 제안했다. 이틀 동안 1만4000달러를 송금한 그는 결국 계좌 거래를 포기하고 현금 수령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10억원이란 돈을 한 번에 가지고 가자니 불안했다. 농협 관계자는 “A씨가 3주에 걸쳐 매일 오후 은행에 나와 당첨금을 받아갔다”며 “그분은 ‘코리안 드림’을 이룬 것 같다”고 웃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이 지난해 174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최근 8년여간 이 남성처럼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 외국인이 2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1등 당첨자가 10명에 달했고 올해만 벌써 3명이나 탄생했다.

21일 나눔로또에 따르면 2007년 12월10일(로또 복권 2기 수탁사업자 선정) 이후 지난달 말까지 8년여 동안 로또 복권에 당첨된 외국인은 총 2만7572명이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만6020명, 비거주자(여행 및 단기방문)는 1552명이었다. 외국인 1등 당첨자 중 최고 당첨금은 639회(2015년 2월) 40억6100여만원이었고, 최소 당첨금은 381회(2010년 3월) 5억6500만원이다. 올해는 1월 683회차(10억1000여만원)와 2월 689회차(23억2000여만원)에서 외국인 거주자가 ‘잭팟’을 터뜨렸다. 2002년 12월 첫 발매 이후 최초의 외국인 1등 당첨자는 22회차(2003년 4월)에 나와 45억5200여만원을 수령했다. 2005년에는 충북에서 불법 체류자로 지내던 태국인이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당당하게’ 벌금을 낸 뒤 금의환향 길에 올랐다.

여행이나 단기방문 등의 이유로 방한한 비거주 외국인은 로또에 당첨되면, 조세협약이 체결된 국가일 경우 세금을 안 내도 된다. 내국인이나 국내 거주 외국인은 5만원 이상 당첨되면 최고 3억원까지 당첨금의 22%(소득세 20%+주민세 2%), 3억원 초과부터 33%의 세금(소득세 30%+주민세 3%)이 매겨진다.

지난 8년간 비거주 외국인이 1, 2등을 차지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관광객 증가와 함께 외국인 비거주자의 복권 구입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명동에 있는 한 복권판매점 주인 B씨는 “예전보다 로또를 사가는 외국인이 확실히 늘었다”며 “관광객을 상대로 복권 판촉을 전개하면 새로운 관광 상품이 되거나 복권기금 조성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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