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위기는 인도적 위기이자 개개인의 비극이 담긴 인권 문제다. 난민들은 직업도, 제대로 된 주거지도 없거나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며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어린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여성들은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렇게 국제사회의 인도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현재 1억2500만명에 달하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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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림 주제네바 대사·유엔인권이사회 의장 |
특히 사후대응에 치중하는 현 인도지원 시스템은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개혁하는 것이 반기문 사무총장이 소집해 5월 이스탄불에서 개최되는 세계인도지원정상회의의 목표다. 아울러 9월에는 난민 문제에 대한 유엔 정상급 회의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하는 정상회의가 연달아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인도지원의 신흥 공여국이다. 반세기 전까지 국제사회의 긴급구호에 생존을 의탁했던 나라가 이제 남을 돕게 된 것이다.
인도적 위기 해결 노력은 크게 재정적 및 실질적 기여로 나뉜다. 재정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2015년 약 5000만달러를 지원, 전 세계 25위권 수준으로 우리 경제규모 13위에 미치지 못한다. 공적개발원조를 확대하는 가운데 인도지원 예산 비중도 늘릴 필요가 있다.
실질적 기여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시리아 사태의 경우 현재 터키, 레바논, 요르단 등 주변국이 500만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분쟁이 6년째에 접어들면서 이들 국가의 부담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얼마 전 제네바에서는 각국의 고위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다른 나라들이 시리아 난민을 대신 받아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실질적 기여 측면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순위를 따지기 어려운 수준이다.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3명의 시리아인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했다. 이는 난민수용 확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준비나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단일민족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난민수용 문화가 일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손쉬운 재정지원보다 불편하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한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발전을 이룩한 나라는 그만큼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난민이 안전한 삶과 희망을 찾아 헤매고 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기적적인 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도 그들에겐 희망의 대상이다. 이들을 따뜻이 맞이하는 것은 인도적일 뿐 아니라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최경림 주제네바 대사·유엔인권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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