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7년 전 에탄올 곡물회사 ‘그린 퓨얼’(Green Fuel)이 들어오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회사는 토지계약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점을 악용해 차쳉와의 토지를 빼앗았다. 대체 토지를 약속했지만 옥수수 수확량은 1년 45㎏에 불과했다. 이전 수확량의 1% 수준이었다. 차쳉와의 13살 손녀는 학교를 중퇴한 뒤 늙은 지주의 첩이 됐다. 차쳉와 이웃의 딸들은 이웃 모잠비크로 건너가 성매매를 하고 있다. 다국적기업 그린 퓨얼이 들어온 뒤 치숨반제는 해체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포린폴리시(FP)는 중국·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발도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이 현지 농민 등을 착취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FP는 “다국적기업의 횡포라고 하면 인도네시아의 나이키, 나이지리아의 쉘 등을 생각하지만 개발도상국에 본부를 둔 다국적기업의 착취가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짐바브웨에 본부가 있는 그린 퓨얼은 불법으로 땅을 빼앗아 에탄올을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해외부패방지법’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미국·유럽에 상품을 팔거나 투자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그린 퓨얼과 같이 개발도상국에 본부가 있는 다국적기업은 118개에 달한다.
반면 미국·유럽에 있는 다국적기업은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실제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다국적 철강회사 ‘리오 틴토’(Rio Tinto) 역시 2004년 짐바브웨에서 광산을 발견했지만 2년 동안 주민을 위한 생계·교육방안을 마련해 협상에 성공한 뒤에야 사업을 벌일 수 있었다. 뇌물과 같은 부정한 방법을 사용한 게 들통나면 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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