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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삐걱거리는 '시장 현대화'… 가락시장도 진통

입력 : 2016-04-11 19:28:27 수정 : 2016-04-12 13: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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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배정 신청 마감… 상인 661명 중 368명 이전 거부 “노량진시장이 남 얘기가 아니라니깐.”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내 청과물시장. 10년 넘게 이곳에서 청과물을 취급하고 있는 이신자(60·여)씨는 “결국에는 우리도 노량진 수산시장(상인)처럼 몸으로 버텨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몇 시간째 우엉 껍질을 벗기고 있는 이씨는 가락시장 청과직판시장납세조합(청과조합)에서 제공한 ‘가락몰 이전 난! 반댈세’라고 적힌 녹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1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청과물도매시장 옛 점포에서 시장상인들이 현대식 상가 건물인 ‘가락몰’로의 입주를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장사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최근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새 건물 ‘가락몰’에 이전을 신청한 청과물 직판 상인을 대상으로 이날 점포 배정을 시작했다. 3차에 걸쳐 진행된 이전 신청기한이 마감되면서 이전 반대를 외쳐온 청과물 상인과 공사 측은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청과조합에 따르면 현재 상인 총 661명 중 368명이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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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서 공사 측은 점포 배정 이후 명의이전(명도) 소송 등을 통해 미이전 상인을 내쫓을 방침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전과 관련해 2009년부터 총 300회가 넘는 협의와 설명회를 갖는 등 의견수렴에 힘썼고 최근 추가 이전 신청기한에도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청과조합이 협상 막판에 거부해 타협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명도 소송을 통해 연내에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공사 측은 청과물시장 주차장 입구 폐쇄 방침을 조합에 전달했다.

지상도 청과조합 부조합장은 “현 가락시장과 같은 조건의 대체부지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공사가 입구 폐쇄조치에 들어가는 즉시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락시장이 얼마 전 현대식 새 건물로 옮기는 문제를 놓고 ‘칼부림 소동’까지 일어난 노량진수산시장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노량진수산시장은 당분간 ‘두 집 살림’이 고착화할 전망이다. 새 건물 입주를 반대하고 있는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비대위)는 최근 기존 시장을 리모델링하는 동시에 운영사인 수협중앙회의 명도 소송에도 적극 대응키로 했다.

이승기 비대위원장은 “명도 절차에 적극 대항해 시간을 끌고 영업 중인 시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내 옛 점포에서 상인들이 수협 측의 단전 조치로 전기 공급이 끊기자 촛불을 켜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협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수협 관계자는 “명도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기존 시장 건물의) 강제철거는 어렵지만 주차장은 빠른 시일 내에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협 측은 기존 시장 상인들이 사용하는 해수공급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건어물 상가와 일부 활어물 매장에 대한 단전 조치를 시행했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 새 건물에 입주한 상인은 총 입주대상 977명 중 437명이다.

전문가들은 ‘제2의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를 막으려면 재개발 사업 당사자들의 이견 조정에 투자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 원장은 “시장 현대화와 같이 이해관계자가 많이 개입된 재개발사업의 경우 계획 초기 단계부터 서로 상충하는 집단 간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힘있는 창구를 만드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환·남혜정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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