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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위대한 소원’ 대책 없이 웃기네, 이 영화!

입력 : 2016-04-10 15:14:23 수정 : 2016-04-10 16: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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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배꼽 잡는 코미디 한편이 오랜만에 국내 스크린에 선보인다.

남대중 감독의 ‘위대한 소원’은 다소 야릇한 상상에서 시작됐지만 진정성 있는 웃음코드로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작품.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 등 젊은 세 남자배우가 출연해 성(性)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왕성할 때인 10대 고등학생들의 심리를 리얼하게 표현해냈다. 루게릭병으로 온몸이 마비돼가는 고환(류덕환)을 중심으로, 그의 남다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수행하는 두 친구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나리오 초고 당시 영화의 제목은 ‘마지막 잎섹’이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고환의 마지막 소원은 다름 아닌 ‘섹스’라는 점에서 착안, O.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를 패러디한 제목이었다. 감독은 영화가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의 B급 코미디만을 지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감히 제목을 바꿨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는 웃음과 감동이 한데 어우러진, 꽤 괜찮은 조합을 자랑한다. 

영화 초반부까지는 적지 않은 오해나 의심(?) 속에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들이 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할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파이’나 한국영화 ‘색즉시공’ ‘몽정기’ 같은 코미디를 떠올리거나 기대하는 관객도 많을 것이다. 시한부 고등학생의 소원이란 소재는 그리 참신하지도 않다.



또한 성매매가 법으로 금지된 우리나라에서 10대 고등학생들이 섹스 상대자를 찾아 나선다는 다소 위험한 설정의 스토리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그러나 ‘위대한 소원’엔 그보다 더 특별한 게 있었으니 ‘가족, 우정, 그리고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가져다주는 감동 코드다. 섹스를 소재로 했음에도 영등위로부터 ‘15세관람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점이 주효했다. 

도입부에서 고환, 남준, 갑덕 등 개성 강한 세 캐릭터들에 대한 탐색이 끝나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다소 편안하고 애정이 묻어난 시선으로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어디까지나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출연진의 차진 협업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여기에 고환 아버지 역의 전노민, 고환 어머니 역의 전미선, 그리고 갑덕 아버지 역의 이한위 등 중견배우들의 열연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묵직하게 만들어줬다.

“한국영화에는 볼 만한 코미디가 없다”고 부르짖었던 관객들이라면 ‘위대한 소원’을 주목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신파나 빤한 웃음을 지양한다”는 남 감독은 그의 바람대로 신선한 웃음 충격 혹은 폭격을 안겼다. ‘대놓고 유치한’ 몇몇 코믹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저예산 B급 코미디에 걸었던 기대만큼만 영화를 보더라도 꽤나 만족스럽고, 거기에 보너스처럼 덧붙여진 진정성과 마주한다면 더욱 알찬 상차림 같은 게 ‘위대한 소원’이다.

배우 안재홍


주연배우 류덕환은 다소 민망할 수 있는 배역임에도 결코 거부감 없는 감정 전달로 관객들을 납득시킨다. 충무로에서 그의 출세작으로 꼽히는 ‘천하장사 마돈나’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데뷔 12년차’ 아역 출신 검증된 연기자 김동영은 안정적이면서도 당찬 연기로 극의 중심을 담당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충무로가 눈여겨봐야 할 20대 배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로 대중에 존재감을 각인시킨 배우 안재홍의 감초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위대한 소원’은 그가 ‘응팔’ 찍기 전에 촬영한 작품이다) 

코미디는 한 사람이 아닌, 대중을 웃겨야 하기에 연기하는 데 있어 결코 녹록지 않은 장르다. 관객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 다른데도 불구하고, 안재홍은 특유의 표정과 말투만으로도 쉴 틈 없이 폭소를 유발한다. 그의 진가는 ‘응팔’이 아닌 ‘위대한 소원’에서 진정 발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15세관람가. 93분. 4월21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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