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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건강解] ‘롤러코스터 두통’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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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07 21:03:15 수정 : 2016-04-07 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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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싸움·헤드뱅잉 두뇌에 엄청난 충격
두개골로 덮여 있지만 사람 머리는 연약
24세의 한 일본 여성은 초고속 롤러코스터 마니아였다. 한번은 놀이공원에서 시속 172㎞를 넘나드는 롤러코스터를 비롯해 3개의 초고속 롤러코스터를 같은 날 두 번씩 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작된 두통은 4일이 지나서도 사라지지 않았고, 하루 종일 지속되면서 저녁 때 더 심해졌다. 특히 뒤통수 밑이 심하게 아팠다. 신경학적 검사와 혈액검사도 정상이었다. 오리무중에 빠졌던 두통의 원인은 두 달이 지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서야 밝혀졌다. 병명은 경막하 혈종이었다. 머리를 부딪치거나 전후좌우로 심하게 흔들면 뇌가 두개골 안쪽과 부딪쳐 실핏줄이 터질 수 있는데, 이때 흘러나온 피가 뇌와 두개골 사이에 엉켜 생긴 혈액 덩어리이다. 이 여성의 두통은 외과수술로 머리에 고여 있던 혈종을 제거하고 나서야 사라졌다.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타고 난 후 생긴 두통을 ‘롤러코스터 두통’이라 부른다. 일반적인 두통은 대개 쉬거나 잠을 자면 없어지고, 약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두통처럼 증세가 몇 주 동안 지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최근에 있던 일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서양에는 솜이나 동물의 깃털 등으로 가득 찬 베개로 상대방의 머리를 가격하는 ‘베개 싸움’이란 놀이가 있다. 그런데 베개로 머리를 내리칠 때 순간적으로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공원의 범퍼카도 머리에 충격을 주는 놀이기구이다. 머리에 횟수를 세는 측정기가 달린 머리띠를 두르고 지정된 시간 내에 누가 더 많이 머리를 흔드는지 겨루는 헤드뱅잉 게임도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기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많이 머리를 흔들면 어린이는 경기 후 구토와 두통에 시달릴 수 있고, 심하면 뇌의 혈관이 터질 수도 있다.

영국 프로축구 리그의 웨스트 브롬위치 팀에서 뛰며 리그 득점왕에도 올랐던 제프 애슬은 59세에 치매로 사망했는데 헤딩을 잘 하기로 유명했다. 유족들은 그의 질환이 20여 년간의 축구 선수 생활에서 기인한 것이라 주장했고, 부검으로 인정됐다. 그의 뇌에서 광범위한 퇴행성 뇌 질환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축구할 때 헤딩을 하지 않는 게 권장된다.

아기가 귀엽다고 좌우나 위아래로 심하게 흔드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머리에 뚜렷한 외상 없이 뇌의 경막하출혈과 망막출혈로 뇌손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2세 이하의 영유아는 뇌를 보호하는 머리뼈가 단단하지 못해 가벼운 충격에도 치명적인 뇌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아동 학대의 흔적으로 보기도 한다.

인간의 몸은 정교한 전자제품에 비유할 수 있다. 전자제품을 심하게 흔들거나 부딪치면 회로가 손상되고 부속품이 이탈해 고장 나기 쉽다. 인간의 머리를 심하게 흔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미세한 혈관이 촘촘하게 깔려 있고 혈액이 순환하는 머리가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거나 빠른 속도로 한쪽으로 쏠리는 일이 반복되면 혈관이 터지기도 쉽다. 딱딱한 머리가 실은 매우 연약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장·둘다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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