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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영화 속 '월터'처럼… 자유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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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01 10:30:00 수정 : 2016-03-31 2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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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아이슬란드 <4> 힘 넘치는 폭포 '데티포스'를 찾아
어둠이 막 물러난 새벽녘의 회픈
회픈(Hofn)은 아이슬란드 남동부의 인구 2000명 남짓한 바닷가 마을이다. 남부해안 중심에 위치한 비크(Vik)에서 출발해 회픈까지는 큰 도시가 없어 숙소 구하기가 어렵다. 또 이곳에서 출발해 동부 피외르뒤르(피오르드)를 따라 긴 여행길에 나서야 한다. 남부 여행의 종착지이자 동부 여행의 시발점인 셈이다. 다양한 맛집과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큰 마트가 있어 여행객들의 중간 기착지로 제격이다.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해산물 요리를 맘껏 맛볼 수 있다. 해산물 종류가 다양하지만 특히 여름철엔 ‘랍스터축제’를 열 만큼 랍스터 맛이 일품이다. 랍스터 수프, 랍스터 피자 등 차가운 북해에서 잡힌 신선한 랍스터 요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다만 워낙 물가가 높은 탓에 지갑이 가벼워질 것은 각오해야 한다.
회픈을 떠나 동부로 향하는 비포장 도로. 아이슬란드는 어딜 가나 방목하는 양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여행의 지친 피로를 풀고, 현지인의 정찬을 맛보기 위해 잡은 숙소는 회픈 호텔이다. 현대식 시설에 전망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것도 호사인데 랍스터 요리까지 유명하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지만 때로는 정찬의 사치스러움이 지친 여행자를 위로하기도 한다. 사실 랍스터보다 입맛을 잡아 끈 요리는 양고기 요리인 람바쿄트다. 아이슬란드의 양은 여름 방목 기간 중 산에선 야생 베리, 해안가에선 해조류, 초원에선 풀을 실컷 뜯어 먹고 자란다. 온천수와 폭포수를 마시며 자유롭고 활발하게 움직인 탓에 지방이 적다. 스튜나 구이로 먹는 람바쿄트는 기름지지 않고 부드럽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양고기 냄새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햇살 좋은 여름날 아이슬란드 초원 풍경.

눈에 띄는 색다른 음식은 연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서양 연어를 훈제하거나 굽지 않고 회로 먹기도 한다. 아이슬란드 전통 빵인 브뢰이드에 올려 먹으면 별미다.
세이디스피외르뒤르의 마을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행객들과 푸른색 교회 블루처치.

회폰의 맛있는 기억을 뒤로하고 동부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동부는 구불구불한 해안선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리고 좁고 깊은 피외르뒤르와 그 안쪽 끝에 위치한 그림 같은 어촌 마을들이 절경을 이룬다. 피외르뒤르는 빙하가 침식하면서 생긴 U자형 골짜기를 뜻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세이디스피외르뒤르의 여름 풍경은 먼 곳까지 여행 온 보람을 느끼게 한다.

카메라 앵글을 아무 데나 들이대도 ‘그림엽서’ 같은 동부 내륙을 따라 세 시간쯤 달리자 에이일스타디르에 도착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자그마한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이 귀한 나라라고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이미 자리를 잡고 분주히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낯선 이방인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메뉴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하니 직원이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친절하다. 낯선 여행객이 먹을 만한 음식도 추천해 준다. 따뜻한 햇살과 친절이 더해진 요리로 허기와 피로를 덜어내고 다시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에이일스타디르에서 세이디스피외르뒤르로 향하는 도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한 장면처럼 바람을 느끼며 달려본다.

벤 스틸러 감독의 판타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보면 월터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구불구불한 내리막 차도를 신나게 달리는 부분이 나온다. 이 멋진 도로를 에이일스타디르에서 세이디스피외르뒤르로 향하는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차창을 내리고 쏟아지는 바람을 느껴본다. 영화 속 월터의 기분이 이랬을까? 그 기분만으로도 이 먼 곳까지 날아온 보람이 있다.

월터가 달린 길을 따라 다다른 세이디스피외르뒤르는 예쁜 집들과 눈 덮인 산, 그 위로 쏟아지는 듯한 폭포가 엽서사진의 한 장면처럼 어우러져 있다. 지금은 인구 700여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19세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의 교역을 위한 무역항으로 번성했다. 당시 노르웨이에서 목재를 가져와 그대로 조립해 지은 색깔이 다양한 목조주택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주변과 어우러지는 푸른색 교회인 블루처치다. 여행객들의 쉼터에서 바라보는 블루처치는 낮은 구름과 초록 산을 배경으로 동화같이 서 있다.
아우스비르기의 거대한 협곡.

동부 내륙으로 이르는 도로는 바람이 강하고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마치 하늘 길을 운전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구름을 가로질러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아이슬란드 최대 폭포 데티포스(Dettifoss)가 반긴다. 공상과학(SF) 영화 ‘프로메테우스’ 오프닝에 등장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 폭포는 폭 100m, 낙차 45m의 놀라운 규모를 자랑한다.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지며 천둥 같은 소리를 질러댄다. 계곡 가득 물보라를 일으키고 요동치며 요쿨스아우강을 따라 흘러간다. 압도적인 자연의 위력 앞에 자연스레 경외감이 든다. 야수라는 별칭에 걸맞게 유럽에서 가장 힘이 넘치는 폭포다. 데티포스에서 1㎞ 남짓 떨어진 강 상류에는 높이는 10m밖에 안 되지만 너비는 무려 183m에 이르는 폭포 셀포스(selfoss)가 있다. 정말 아름다운 폭포다. 데티포스로부터 걷기 편한 길을 따라 이어져 있다. 야수 같은 데티포스와 달리 셀포스는 품 넓은 어머니 같다. 병풍을 두른 듯 너른 절벽 사이사이로 쉼없이 폭포수를 쏟아내지만 위압적이지 않다. 작은 폭포 수백 개를 합쳐놓은 듯 끝없이 이어진 파노라마가 또 다른 장관을 이룬다.
데티포스에서 상류 셀포스에 이르는 하이킹 트레일.

폭포 향연을 지나 북으로 계속 나아가면 바트나요쿨국립공원 북부의 거대한 협곡, 아우스비르기(Asbyrgi)가 앞을 막아선다. 최대 100m에 이르는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협곡은 안쪽으로 울창한 숲이 안긴 듯 숨어 있다. 산림이 적은 아이슬란드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빙하기에 발생한 지반 붕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오딘의 말이 지상에 내려올 때 생긴 자국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거대한 폭포 데티포스.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지며 끊임없이 천둥 같은 소리를 질러댄다.

협곡을 따라 내려오면 유황 냄새 자욱한 나우마스카르드를 만나게 된다. 초록 대지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황토색으로 얼굴을 바꾼다. 잿빛 진흙이 온천수를 가득 머금고 연신 거품을 터트린다. 용암 기둥과 화산 분화구, 부글거리는 웅덩이와 뿌연 연기가 어우러져 지구의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표면 온도가 100도를 넘는 곳이 있으니 반드시 산책로를 따라 걸으라’는 살벌한 내용의 안내판만이 인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병풍을 두른 듯 너른 절벽의 어머니 품 같은 셀포스. 자연의 경이로움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언제나 반전을 품고 있다. 황량한 풍경 바로 옆에 정반대의 푸른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2000여년 전 화산이 분화하면서 만들어낸 호수 미바튼이다. 초지가 화산지대로 이어지고 다시 습지와 호수를 곳곳에 품고 있다. 곳곳에 분화구가 산재한 활화산 지대다. 이 위험천만하면서도 경이로운 곳에 묵을 숙소가 자리하고 있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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