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인사를 활용해 메기 효과를 누렸다. 끊임없는 경쟁을 촉구하는 스타일 때문이다. MB를 위해 악역을 불사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곧잘 메기로 비유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직공하고 비판적 언론과 각을 세우는 일도 개의치 않았다. 홍보수석에 이어 언론특보도 지냈다. 그는 “특보는 한마디로 메기”라고 했다.
박근혜정부에선 메기 노릇을 하려는 친박계 의원이 넘쳐난다. 20대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의원이 선두 주자다. ‘녹취록’ 파문의 윤상현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진박 마케팅’에 혈안이 된 실력자 최경환 의원은 여전히 맹활약 중이다. 지난 26일 이상일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제가 비록 경제부총리는 그만두었지만 전관예우를 발휘해 확실한 예산을 보내주겠다”고 공언했다. 진박 감별사를 자처한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한술 더 뜬다. 그제 대구시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무소속 출마한 유승민 의원을 박 대통령 개혁에 딴지를 거는 북한에 비유했다.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선 “공천 과정에서 대구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린 사람이 있다”고 비난했다. 관권 개입에다 지역감정 조장, 인신공격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매력 정치인’의 3대 키워드 중 하나가 품격으로 나타났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 있는 언행 등이 요구된다. 이런 게 없는 우리 정치는 낙제점을 받았다. 역대 최악의 공천을 주도하고 막말을 서슴지 않은 집권당 주류의 탓이 크다. 메기는 조직 이해에 갇혀 공공성을 외면하면 해가 될 수 있다. 친박 메기들은 충성 경쟁에 눈멀어 국민은 안중에 없는 오만한 모습이다. 견제세력 필요성을 역설하며 정의화 국회의장이 설파한 메기론에 공감이 간다. 그는 새누리당 복귀 대신 새로운 정치결사체 결성 의지를 밝혔다. 당장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가 메기로 나서야 한다. 품격 없는 정치인을 솎아내야 정치가 건강해진다.
허범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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