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동료 몇 명을 끌어모아 만든 카지노 사이트는 그의 생각대로 ‘대박’을 쳤다. 신씨 일당은 먼저 인터넷으로 확보한 4850만건의 개인정보를 이용, 홍보 문자메시지를 보내 무작위로 회원을 모집했다. 돈을 잃고 사이트를 떠나는 회원을 다시 도박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료 게임머니를 주면서 유혹했다. 승리금액을 2배로 인정해주는 이벤트도 곧잘 벌였다. 게임머니를 피자·아이스크림 쿠폰 등으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고액 베팅 회원들은 VIP 대접을 하며 특별히 관리했다. 생일 등 기념일마다 외식상품권과 현금 등을 챙겨주는 한편, 고객관리 책임자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혹시 수사기관에 적발되더라도 벌금을 대납해 줄 테니 안심하고 게임을 하라”고 부추겼다.
이 같은 방법으로 2년간 모은 회원만 1만7000여명. 그동안 2조6000억원대의 판돈이 이 사이트에서 오고 갔다.

신씨는 이렇게 번 돈을 세탁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지난해 12월 지인에게서 소개받은 의사 이모(31)씨를 월급 1100만원짜리 ‘바지 병원장’으로 내세운 뒤 약 10억원을 들여 수원에 529㎡(약 160평) 규모의 ‘사무장 병원’을 차렸다. 척추질환전문 간판을 내세운 이 병원은 하루 평균 8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씨가 수사망을 피하는 수법도 치밀했다. 일단 사이트 서버는 미국에, 환전·고객 관리 사무실은 홍콩·마카오·중국 등 해외에 각각 뒀다. 신씨는 3∼6개월마다 은신처를 옮겨다녔고 부동산 계약도 모두 차명으로 했다. 수십억원대 전세금도 현금으로 치렀다. 회원들이 게임머니 구입을 위해 입금한 돈은 ‘국내 대포통장→조선족 환전상의 중국 연변 계좌→마카오 등지 공범 계좌’ 등 최소 3단계를 거쳐 인출했다. 이들 일당이 사용한 대포폰만 58대, 대포계좌만 1189개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의 행각은 10개월여에 걸친 경찰의 끈질긴 수사에 꼬리가 밟혔다.
서울경찰청은 신씨 등 5명을 도박개장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의사 이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달아난 마 사장과 A씨를 뒤쫓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신씨 일당에게서 현금 등 동산 39억7000만원 상당을 압수하고 부동산 보증금 26억8000만원은 몰수보전 조치했다. 카지노칩과 외화 등으로 신씨가 해외에 숨긴 것으로 확인된 27억원은 국제 형사사법 공조를 통해 회수할 방침이다. 이를 합친 93억5000만원은 2011년 전북 김제 마늘밭에서 110억원어치 현금다발이 발견된 이후 최대 규모의 도박수익 환수라고 경찰은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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