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는 만큼 보인다.”
유홍준 교수가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밝혀 유명해진 금언이다. 똑같은 그림을 놓고도 일반인과 비평가가 주목하는 디테일은 천양지차다. 예술 뿐일까. 색깔과 자동차, 새소리 심지어 사람 얼굴까지 그러하다. 같은 물건·생물이라도 관심이나 친분, 지식에 따라 인지하는 정보량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미국 과학자들이 최근 이같은 금언을 재확인하는 연구결과를 ‘실험심리학저널’ 최신호(2일자)에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같은 문자를 보더라도 사전 지식에 따라 인지하는 수준이 달랐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아랍어에 능통한 전문가 집단과 생전 한 번도 아랍어를 접한 적 없는 일반인 집단으로 나눠 이들로 하여금 휙 지나가는 두 아랍 문자가 똑같은지, 다른지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걸리는 시간을 체크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일반인은 전문가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졌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통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 이외의 새로운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알고 있는 것이 많으면 보이는 것의 경중 여부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아랍어는 곡선이나 점, 줄 등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는 문자들이 있다. 형태로는 더욱 복잡해 보이지만 아랍어 능통자들은 이러한 기호를 통해 보다 단순해 보이는 문자보다 쉽게 이를 구별해냈다.

뭔가에 대해 깊이 있게 아는 것은 더 많은 관련 정보를 인지할 수 있을 뿐더러 그 부분적 정보가 갖고 있는 중요도까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최규석의 웹툰 ‘송곳’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진다”의 과학적 근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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