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 주말은 부활절이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사힐의 가족은 부활절을 축하하고 시험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공원으로 놀러갔다. 부활절을 맞아 나들이에 나선 다른 기독교 가족들도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들이는 비극으로 끝났다. 공원 입구 근처에서 파키스탄탈레반(TTP) 연계 세력이 자살 폭탄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은 파키스탄 매체 지오(GEO)뉴스를 인용해 파키스탄 자살 폭탄 테러로 아이들을 잃은 사힐 가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번 테러는 민간인과 같은 '소프트 타깃'을 겨냥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많이 모이는 공원을 공격해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펀자브 주(州) 주도 라호르 소재 공원에서 발생한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 최소 72명이 숨지고 340여 명이 다쳤다. 이 중 어린이 사망자는 최소 2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사힐과 그의 사촌 형 요한도 사망자 명단에 올랐다. 요한의 아버지는 GEO뉴스에 "내 아들이 이곳을 다쳤다"고 말하며 자신의 목 뒤를 가리켰다. "내 조카 사힐도 비슷한 부위를 다쳤다. 그런데 피가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힐의 한 친척은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놀자고 했고, 아이들의 아빠는 학교 수업을 빼먹지 않는다면 주말에 공원에 데려가주겠다고 했을 것"이라며 아이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요한의 장례식은 라호르의 한 교회에서 열렸다. 한 조문객은 "요한은 정말 똑똑한 아이였다"며 "요한의 죽음은 한 가족의 아픔이 아닌 우리 공동체, 나라 전체의 상실"이라고 말했다.
라호르로 가족과 여행을 왔다가 아버지와 외삼촌, 형제를 모두 잃은 7살짜리 소녀도 있었다. 이 소녀도 크게 다친 뒤 진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8일 오전 숨졌다. 소녀의 어머니는 이번 테러로 실종됐다. 이들을 라호르로 초대한 암자드와 그의 부인, 딸도 모두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는 어린이와 여성들이 오열하는 모습이 나오고 소리를 질러 구조를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경찰과 시민들은 부상자들을 앰뷸런스와 개인 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황급히 날랐다. 한 목격자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신이 도처에 널려있었다"며 "병원 바닥은 피로 흥건했고 다친 시민 수십 명이 울고 있었다. 끔찍한 광경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폭탄의 위력은 공원 맞은편 집 창문을 산산조각 낼 정도로 강력했다. 공원 근처에 사는 주민 자베드 알리(35)는 더데일리텔레그래프에 "폭발로 창문이 완전히 깨졌다. 10분 쯤 지났을 때 밖에 나갔는데, 우리 집 건물 벽에 살점이 묻어있었다. 사람들이 오열하고 있었고 앰뷸런스가 지나다니는 소리도 들렸다"며 "부활절이어서 공원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2살 배기 딸을 안고 의사를 기다리던 한 여성은 "우리는 그저 좋은 날씨 속에서 근사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을 뿐"이라며 "공원에서 놀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은 어떤 족속들이냐"라고 울부짖었다.
<뉴시스>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