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201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영어 등급 간 4점의 격차를 두기로 결정했다. 100점 만점에 1등급은 100점, 2등급은 96점, 3등급은 92점 등의 환산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근 서울대가 등급 간 0.5점의 차이를 두겠다고 발표한 것과 점수 차로 보면 8배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해 서울대의 경우 100점 만점에 수능 영어 절대평가 9등급(원점수 기준 19점 이하)에도 96점을 부여하는 등 등급 간 최대 환산 점수 차이가 4점밖에 나지 않지만 이대는 32점이나 되는 셈이다.
이화여대 남궁곤 입학처장은 “수능 영어 출제 난이도에 따라 학생들의 선발 기준이 모호해지기 때문에 대학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이대는 쉬울 때와 어려울 때의 모든 경우를 고려해 점수차를 4점으로 두는 합의점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생들의 영어 학습 부담을 줄이고, 영어 사교육 감소를 기대하며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원점수 100점 만점에 1등급은 100∼90점, 2등급은 89∼80점으로 10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진다. 애초 1등급 4%, 2등급 11% 등의 기준으로 분류했던 상대평가와 달리 절대평가에서는 상위 등급 수험생이 더 많아지고 결국 상위권의 영어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2015학년도 수능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약 9만명, 2016학년도 수능에서는 약 5만명이었다.
그러나 대학들이 영어 절대평가 등급을 다시 자체 환산 점수로 뜯어고치면서 영어의 변별력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결국 정부가 의도한 영어 학습 부담 감소와 반대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90점으로 1등급을 받은 학생과 89점으로 2등급을 받은 학생의 원점수 차이는 1점이지만 이대에 지원할 경우 점수 차는 4점, 연세대에 지원할 경우에 5점, 서울대는 0.5점이 차이가 난다. 입시가 소수점과 같은 적은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영어 절대평가 2등급으로는 서울 상위권 대학의 입학은 사실상 어렵게 되는 셈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수능 영어 난이도가 최근 몇 년 새 들쭉날쭉하는 상황인 데다 대학마다 영어 절대평가 환산 기준이 달라 수험생들이 혼란을 빚을 수 있다”며 “영어가 쉽게 출제되면 크게 변별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소 난이도 있게 출제된다면 영어가 입시의 최대 변수가 되는 상황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김주영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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