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몸은 인류 진화의 산증인이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인류 진화의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손목 힘줄과 귀, 닭살, 꼬리뼈를 보면 나약한 포유류였던 인간이 지난 수십만년 동안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구 최고의 포식자가 됐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인류의 처절했던 ‘적자생존의 역사’가 오롯이 새겨 이쓴 것이다.

탁자 위에 손목을 얹어 놓고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붙여보자. 대부분 안쪽손목의 힘줄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대략 10∼15% 정도다. 팔뚝의 힘줄, 즉 장장근(Palmaris longus)은 다른 포유류와 달리 절벽을 오르고 도구를사용하기 위해 앞다리를 팔로 바꾼 인류 생존사의 산증인이다. 힘줄이 튀어나오지 않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덜 진화했다고 놀림을 받을 수 있겠는데, 그렇다고 악력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의식해서 힘을 주면 귓바퀴가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자랑하지 마시라. 귀를 움직일 수 없는 사람보다 진화가 덜 됐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 여우 등 포유류는 소리가 나는 곳을 감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귓바퀴를 움직인다.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인류는 귓바퀴의 효용이 떨어지자 뇌에서 귀 근육을 움직일 수 있는 발신 능력을 조금씩 떨쳐냈다. 참고로 귓바퀴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힘줄이 튀어나오지 않는 사람보다 적다고 한다.

갑자기 추워지고 두려움을 느끼거나 감동을 받으면 피부에서 닭살(소름·arrector pili)이 솟는다. 닭살은 거의 온몸을 털로 덮었던 수만년 전 인류를 떠올리게 하는 결정적 증거다. 닭살은 추워질 때 피부 밑 미세근육들이 모근 옆으로 응집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포유류는 털을 곧추 세워 추위를 막는다. 몸을 감싼 털이 쭈뼛 선다면 그만큼 외부의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단열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꼬리뼈(coccyx)는 거의 모든 인간이 갖고 태어난다. 꼬리뼈는 말그대로 인류의 조상이 꼬리를 달고 있었던 시절의 명백한 증거다. 모든 척추동물의 태아 신체구조는 착상 약 4주 동안은 동일하게 진행된다. 이 기간 인간 배아는 꼬리를 갖고 있는 다른 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신체발달 과정을 거친다는 의미다. 하지만 태어나서 꼬리가 필요없는 인간이나 유인원은 꼬리뼈가 형성된지 수주 만에 성장을 멈추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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