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의 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경률추모위원회가 잠원동 J빌리어드 클럽에서 개최한 ‘故김경률 추모배 3쿠션 오픈 당구대회’가 지난 16일 막을 내렸다. 김경률(사진)은 지난해 2월 22일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등졌다. 선수들을 대표하여 추모사를 한 조재호(서울시청)는 “앞으로 그(김경률)를 기억하며 행복해할 많은 시간들이 있기에 오늘은 슬픈 날이 아니다”라며 “매년 선수들을 중심으로 김경률 선수를 기억하는 대회를 만들겠다”고 지속적으로 대회 개최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경률은 양산중학교 3학년 재학시절 처음 당구에 입문했다. 이후 2010년 수원 월드컵과 터키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고 같은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11년엔 당시 한국인 선수 역대 최고 기록인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다. 2013년 제1회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선수권대회 남자 캐롬 빌리아드 3쿠션 우승 등 독보적인 경력과 국제 대회서 세계 당구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쿠드롱, 야스퍼스, 산체스, 토르비에른 블롬달을 제압하며 파란을 일으킨 ‘사건’은 지금도 당구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대목이다.
주변 선수들은 그를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마음에 그를 따랐던 당구인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조재호 선수는 “김경률은 다른 선수들을 보석으로 만들 수 있다면 자신은 머슴이 되겠다고 말했다”며 “언제나 솔선수범하였고 그런 그가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에 많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따뜻한 마음은 선수들이 계승했다. 이번 추모 대회의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참가비의 50%와 상금의 30%를 추모위원회를 통해 기부했다. 대한당구연맹 장영철 회장은 “이번 추모 대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김경률 선수를 기억하고 또한 하늘에서 김경률 선수도 우리들의 지금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다면 슬픈 것이 아닌 아름다운 추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번 추모 대회에 대한 소감을 피력했다.
추모 대회는 서현민(충남당구연맹)의 개인전 우승과 강동궁이 이끈 전북 1팀(강동궁, 이상대, 최경영, 양우철)의 단체전 우승으로 5일간의 막을 내렸다. ‘당구의 신’도 같은 공간에서 큐를 매만지며 예의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잠시 머물다 간 그를 매년 추억할 수 있다면 ‘당구의 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기억될 뿐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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