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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는 작은 행복…달콤한 기쁨 주는 나는 행복한 사람"

입력 : 2016-03-18 10:30:00 수정 : 2016-03-17 20: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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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뉴욕의 페이스트리 셰프 밥 트루잇
디저트는 작은 사치다. 생존에 필수인 음식은 아니나, 미각과 시각에 주는 만족감은 황홀할 정도다. 국내에서도 밥보다 비싼 디저트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추세다. 세계 미식의 격전지 뉴욕의 디저트는 어떨까. 뉴욕 최고의 페이스트리 셰프가 만든 디저트 6종이 서울로 날아왔다.
미국의 10대 페이스트리 셰프로 선정된 밥 트루잇이 15일 오후 웨스틴조선 호텔 내 디저트 매장에서 본인이 개발한 메뉴를 앞에 두고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하상윤 기자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베이커리 메나쥬리는 미국 뉴욕의 페이스트리 셰프 밥 트루잇(34)과 손잡고 ‘타르트 오 씨트론’ ‘베린’ 등 6종의 디저트를 내놓았다. 호텔 측과 갈라 디너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트루잇 셰프를 최근 만났다. 페이스트리 셰프의 세계, 디저트의 매력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페이스트리 셰프는 거칠게 말하면 제과제빵 장인쯤 된다. 트루잇 셰프는 “레스토랑에서 ‘달콤한 세상’을 주관하는 사람”이라며 “디저트를 개발해서 내놓기까지 모두 관리한다”고 소개했다. 큰 레스토랑에서는 이사급, 수석, 부수석, 요리사 순으로 페이스트리 셰프의 직급이 나뉜다.
페이스트리 셰프 밥 트루잇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베이커리 메나쥬리를 위해 만든 디저트들.

트루잇은 뉴욕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이피오리에서 일하는 페이스트리 셰프다. 2013년 ‘푸드&와인 매거진’에서 최고의 페이스트리 셰프상을 받았다. 앞서 2010년 잡지 ‘디저트 프로페셔널’에서 ‘톱 10 페이스트리 셰프’에 꼽혔다.

현재는 아이피오리가 속한 알타마레아 그룹의 페이스트리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아이피오리 식당은 2011∼2016년 미슐랭 1스타, 2011년 뉴욕타임스 3스타, 2012년 레스토랑 가이드북 ‘자갓’ 선정 최고 레스토랑 등의 업적을 자랑한다. 트루잇 셰프는 이번에 한국 고객을 위해 6개의 디저트를 내놓았다. 

그는 “기본 디저트지만 숨겨진 놀라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에 새로움을 더했어요. 예를 들어 레몬 타르트에는 리코타 치즈, 캔디 레몬, 그린 피스타치오를 넣었어요. 계란 흰자로 머랭을 만들 때 로즈마리를 활용했어요. 흰자는 풍미를 빨리 흡수하기에, 하얀 머랭을 한 입 물면 로즈마리 맛이 배어나죠.”

트루잇 셰프는 미국 필라델피아 태생이다. 올해로 페이스트리에 뛰어든 지 13년 차다. 그는 주방과 일찍 인연을 맺었다. 15살 때 삼촌의 빵집에서 접시를 닦았다. 17살 때 아르바이트로 피자를 만들었다. 고등학교 졸업 뒤 미식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일반 요리사로 시작했다. 제과·제빵을 배운 건 21살 때 필라델피아 식당에서였다. 1년만 하고 요리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뉴욕으로 이직할 기회가 생겼다. 이후에도 더 좋은 제안이 와 옮기기를 반복했다.

그는 “단순히 이런 이유로 페이스트리 셰프를 하게 됐다”고 웃은 뒤 “전 모든 요리를 사랑하고 집에서도 요리를 즐겨 한다”고 말했다. 화려한 학위 없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력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주방에서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며 “열정이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회는 열려 있어요. 열심히 하면 돼요. 실제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요리사로 전향해요. 이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일도 많아요. 학위가 있다고 꼭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요리는 정말 힘든 일이에요. 노동집약적이고 하루 종일 땀 흘려야 하죠. TV 출연 같은 걸 동경하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에요.”

그의 경력 중 눈에 띄는 점은 스페인 ‘엘 불리’에서 일한 경험이다. ‘엘 불리’는 미슐랭에서 14년간 별점 3개를 받은 세계적 레스토랑이다. 그는 스타 셰프 페란 아드리아 아래서 7개월간 무급 인턴으로 일했다. 이 자리에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몇 년간 이메일을 넣었지만 답장이 없었다. 그러던 중 오랜 친구를 통해 페란의 형제이자 페이스트리 셰프인 앨버트와 연이 닿았고, 기회를 얻었다.

“정말 많이 배웠어요. 창의적으로 발전하는 법, 각양각색의 사람과 일하는 법을 익혔죠. 요리사는 모든 가능성과 아이디어에 열려 있어야 해요. 자기 분야만 알아서는 안 돼요. ‘엘 불리’는 열린 자세로 시도했기에 디자인, 건축, 과학을 요리에 접목했어요.”

국내에서 무급 인턴제는 ‘열정페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그는 “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내가 임금을 받는 위치로 ‘엘 불리’에 갈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레스토랑은 무급 인턴이 없으면 운영하기 힘들 거예요. 25~30명의 주방 인력에게 다 임금을 주면 식당을 열 수 없을 걸요. 이 산업 자체가 빨리, 쉽게 돈 버는 일이 아니에요. 인턴은 열정을 증명할 기회예요. 저한테 ‘엘 불리’는 값을 따질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그걸 왜 마다하겠어요. 물론 미국에 돌아왔을 때 빈털터리였죠. 부모님에게 2주간 얹혀살아야 했어요.”

그는 디저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로 균형을 꼽았다. “맛과 질감, 시각, 아이디어 모든 것의 균형”을 앞서 고려한다고 한다. 새콤한 레몬에 달콤한 머랭을 얹어 균형을 맞추는 식이다. 그는 “어제 먹은 한식도 균형이 적용됐다”며 “쇠고기 갈비의 느끼함을 김치의 시큼함이 잡아줬다”고 말했다. 그에게 후배 페이스트리 셰프를 향한 당부의 말을 물었다. 답은 간단명료했다.

미국의 10대 페이스트리 셰프로 선정된 밥 트루잇이 15일 오후 웨스틴조선 호텔 내 제과제빵 주방에서 본인이 개발한 메뉴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하상윤 기자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세요. 인생은 불행하기에는 너무 짧아요. 열심히 일하다 보면 모든 게 이뤄질 거예요. 레스토랑에서 쉽게 버는 돈은 없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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