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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빼앗긴 언론 자유'… 최대 일간지마저 강제 법정관리

입력 : 2016-03-06 14:45:35 수정 : 2016-03-06 14: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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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언론자유에 있어 가장 수치스러운 날입니다.’
하루 발행부수만 65만부가 넘는 터키 최대 일간지 자만(Zaman)의 5일자 1면 제목이다. 온통 검은색 바탕의 자만 1면에는  ‘자만미디어그룹이 포위당했습니다’ ‘#FreeMediaCannotBeSilenced’(자유언론은 결코 침묵할 수 없습니다)는 세 문구만 적혀 있었다.


◆최대 민영 일간지마저 정부 손아귀에
이 신문사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날은 자만이 독립언론으로서 마지막으로 지면을 발행한 날이었다. 전날 터키 이스탄불 법원은 자만에 대한 정부의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법원의 결정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자만에 대한 국가의 법정관리를 요청한 측은 터키 검찰이었다. 터키 검찰은 자만과 계열사가 “테러리스트 조직을 찬양하거나 도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만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오랜 정적으로 미국에 망명 중인 페툴라 귤렌을 도와 터키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유력 민영언론사에 대한 국가의 법정관리에 대해 자만은 물론 야권 지지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 500여명은 4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자만 본사 앞에 모여 ‘우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

◆대통령 비리 의혹 집중보도한 유력언론
자만은 터키 2013년 대선을 1년 앞둔 당시 에르도안 총리의 부정부패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당시 야권 성향이었던 터키 검경이 대통령 측근 수십명을 체포하며 수사망을 좁혀오자 에르도안 총리는 “귤렌의 사주를 받은 국가 전복 세력의 음모”라며 사건 담당 경찰관과 검사, 판사 수천명을 파면한 적 있다.


대선이 끝난 뒤엔 자만과 사만욜루TV 등 주요 언론사 기자 32명을 ‘쿠데타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각종 독재·비리 의혹에도 대선에서 승리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미 장악한 검경과 사법부를 앞세워 본격적인 비판 세력 ‘재갈 물리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터키 정부는 이같은 세간의 의혹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총리는 4일 현지TV와의 인터뷰에서 자만의 법정관리 결정과 관련해 “나뿐만 아니라 내 정부 동료들 어느 누구도 이번 판결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부 지시설’을 부인했다.


◆“터키 언론자유·민주주의 최대 암흑기”
하지만 당국의 비판언론 ‘재갈 물리기’엔 거침이 없었다. 터키 정부는 법원 결정 직후 경찰력을 투입해 물대포를 쏘고, 최루탄·고무탄을 발사해 시위대를 강제해산한 뒤 자만 본사를 장악했다. 자만 소속 기자들의 트위터에 따르면 정부는 기자들의 내부 서버 접근권 및 기사 출고권을 차단한 상태다. 자만 기자들은 자신들의 이메일도 열어볼 수 없고, 현재 편집장인 압둘하미트 빌리치는 해고됐다.(관련 동영상 http://goo.gl/dwx1P4)


빌리치 전 편집장은 “지난 3~4년간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곧바로 기소되거나 투옥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지금 이 나라와 민주주의는 암흑의 시기에 놓여 있다”고 한탄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터키 정부가 미디어와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겨냥해 최근 문제가 될 만한 일련의 사법적 조치와 법집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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