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무슬림 포용해 달라” 국민에 호소

볼티모어 모스크 방문 “정치적 혐오 언사 설 땅 없어”… ‘입국 금지 제안’ 트럼프 겨냥한 듯

취임 후 줄곧 무슬림이라는 정치공세에 시달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볼티모어 이슬람 소사이어티’를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내의 모스크를 찾은 것은 재임 중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스크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미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무슬림 혐오 기류를 비판하고 무슬림을 포용할 것을 미국민에게 호소했다.

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모스크(이슬람사원)를 방문, 이슬람 신도인 무슬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모스크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도 미국의 구성원”이라면서 미국민에게 종교적 관용을 호소했다.
볼티모어=AP연합뉴스

그는 “내가 미국 무슬림 사회를 향해 하고 싶은 단어는 ‘감사하다’라는 말이다”며 “무슬림은 공동체를 섬기고, 이웃의 삶을 고양시키고, 우리를 강하게 만들고, 우리를 하나의 가족으로 단결시켰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이날 편견을 구경하는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며 공동체의 관용 정신을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다수인 동료 기독교인들에게 말하고 싶다”며 “어느 한 신앙을 공격하는 행위는 모든 신앙을 공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그는 “영화나 TV가 무슬림을 굉장히 왜곡되게 묘사하고 있다”며 “9·11 사태 이후, 그리고 최근 파리 테러와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사건 이후 테러행위와 신앙을 뒤섞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그런 뒤 “모든 무슬림을 악마처럼 묘사하는 사람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사회의 특정 종파에 대한 편협함은 나라의 단결을 저해하는 것으로, 정면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과 무슬림은 미국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이슬람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미국 무슬림들이 건국 과정에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국의 아버지인 토머스 제퍼슨, 존 애덤스 전 대통령이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화당의 대선 경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최근 우리는 무슬림계 미국인들을 겨냥한 용서할 수 없는 정치적 언사들을 듣고 있다”며 “이 같은 언사들은 이 나라에서 설 땅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트럼프 후보는 테러를 방지할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