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주인공이 있다. 영화 속 세계는 주인공이란 인물을 중심에 두고 전개된다. 그러나 잘 만든 영화는 하나같이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가진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잘 표현된 조연들은 영화 속 세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 |
`로봇 소리` 스틸컷/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 역시 주연을 맡은 이성민만큼이나 능수능란한 배우들이 출연해 조연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들은 바로 해관(이성민 분)을 쫓는 신진호 역을 맡은 이희준과 소리를 찾기 위해 동원된 박사 강지연 역을 분한 이하늬다.
이희준은 국정원 직원이란 다소 경직된 배역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재치있게 표현한다. 그는 요원이란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생동감 있는 인물을 위해 승진이란 이기적인 욕심을 설득력있게 풀어낸다.
이희준은 신진호 역을 소화하기 위해 “실제로 국정원에 가서 사격장에서 실탄을 쏴보고 왔다”며 실제 생활로서의 국정원 요원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신진호는 냉철한 요원의 특성과 직장인처럼 인정받는 것에 목매는 인간적인 성격을 동시에 드러냈다.
![]() |
`로봇 소리` 스틸컷/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하늬 역시 이성민, 이희준과 색다른 시너지를 내며 강지연을 연기했다. 이하늬 역시 시나리오에 쓰여있는 인물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독특한 개성을 가미하며 프로다운 모습과 인간적인 모습을 대비시켰다.
이하늬는 항공우주연구원 박사로서 지도를 보며 소리가 추락한 위치를 유추해내는 전문가다운 모습과 장거리 연애 중인 남자친구 때문에 위치추적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엉뚱한 여자친구의 모습을 스크린에 그려냈다.
![]() |
`로봇 소리` 스틸컷/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하늬는 특히 ‘로봇, 소리’에서 능숙한 영어 회화를 소화하며 어색함없이 외국 배우들과 연기를 주고받아 많은 관객들에게 감탄을 자아냈다.
‘로봇, 소리’가 한층 더 재밌는 건 두 사람은 해관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신 이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인물이 서로 주고받는 장면이 많아 극의 무거운 분위기를 때때로 환기시켜주기도 하고 전개 양상을 아예 뒤집기도 한다.
이처럼 ‘로봇, 소리’는 주연부터 주변 인물까지 뛰어난 감각의 배우들이 뭉쳐 10년 간 딸을 위해 헤맨 아버지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또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겨울 한파가 들이닥친 1월, 얼어붙은 관객들의 마음을 해관과 ‘소리’가 녹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7일 개봉.
이슈팀 기자 ent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