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군사·경제 관계 강화 예상
그의 방문 목적은 2차 세계대전 전몰자의 혼을 위로하는 것이지만 이번 방문을 계기로 일본과 필리핀의 군사·경제관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4일 일본 왕실 담당 관청인 궁내청 등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 부부는 26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필리핀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은 일본과 필리핀의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일왕 부부는 필리핀 방문기간에 아키노 대통령 면담, ‘필리핀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세 리잘의 기념비와 ‘필리핀 전몰자의 비’ 헌화, 필리핀 거주 일본계 주요 인사들과의 간담회, 일본 대사관저에서 열리는 국교정상화 60주년 리셉션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일왕의 ‘전몰자 위령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해 종전 70주년을 맞아 태평양전쟁 때 미군과 일본군 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팔라우공화국을 찾아가 전몰자 비에 헌화했다. 앞서 1991년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1992년 중국, 2005년 사이판, 2006년 싱가포르·태국, 2009년 하와이를 방문해 일본군 전몰자 묘역과 해당국 국립묘지를 방문한 바 있다.
일왕의 방문은 중국 견제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일본과 필리핀의 군사·경제적 연대를 더욱 끈끈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훈련용 항공기인 TC90을 비롯한 방위 장비와 기술을 필리핀에 이전하기 위한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일본은 필리핀 마닐라 남북통근철도 건설에 2420억엔(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엔화 차관을 제공키로 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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