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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우리 역사 전하는 ‘타임캡슐’

입력 : 2016-01-22 19:57:26 수정 : 2016-01-22 19: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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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사 근거… 고조선· 발해로 지평 넓혀
일연 몽골 침략때 저술… 역사의 중요성 깨달아
민간의 토착 신앙·일반 서민 기록까지 담아
일연 지음/최광식 옮김/고려대학교출판부/2만5000원
읽기 쉬운 삼국유사/ 일연 지음/최광식 옮김/고려대학교출판부/2만5000원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가 ‘삼국유사’를 쉽게 풀이한 책을 냈다. 최 전 장관은 삼국유사를 40여년간 연구한 한국 고대사 전문가다.

흔히 고려 중기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는 정사로, 일연의 삼국유사는 야사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 펴낸 이 책은 이런 종래의 통념을 뒤엎는다. 삼국유사에는 각 항목마다 출처와 원전이 분명히 기록돼 있다. 책을 현대어로 옮긴 최 전 장관은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당시 존경받는 스님으로 국사에 오른 일연(본명 김겸명)은 몽골 침략으로 황폐화된 고려를 보면서 역사의식을 키웠을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고조선과 발해까지 우리 역사의 지평을 넓혔다”고 말했다. 

중국 흑룡강성 영안시에 있는 발해 상경성 궁성터의 모습이다.
고려대출판문화원
최 전 장관에 따르면 삼국사기는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의 역사만 나와 있다. 이에 비해 삼국유사에는 고조선부터 부여, 고구려, 삼한, 가야, 발해까지 기술돼 있다. 우리 역사의 5000년 역사의 근거는 삼국유사에 고조선조가 있기 때문이다. 부여, 고구려, 발해가 한국 역사에 포함할 수 있는 것도 삼국유사에 그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삼국유사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길어야 200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삼국유사의 시간대는 3000여년이다.

삼국유사에는 단군을 비롯해 박혁거세·주몽·온조의 건국 이야기, 삼국 통일을 이룬 김춘추와 김유신 등의 영웅전, 그리고 서민들의 이야기까지 두루 망라돼 있다. 삼국유사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나 플루타르크 영웅전 못지않게 풍부한 문화 원형 콘텐츠가 실려 있어 현대인들이 참고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런 방대한 사서를 쓴 일연은 어떤 인물인가.

일연(一然· 1206~1289)은 고려말 충렬왕 때 불교계 최고 반열인 국사에 올랐다. 당시 몽골의 침입으로 전 국토가 30여년간 전쟁에 시달리면서 일연은 역사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충렬왕 9년(1283)에 이르러 78세인 일연은 최고의 승직인 국사로 추대되고, 입적할 때까지 인각사 주지로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썼다. 삼국유사는 일연의 유고인 셈이다. 삼국유사는 건조체의 삼국사기와 달리 설화체로 쓰였고, 민간 전승의 토착적인 신앙과 이야기를 풍부하게 전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지배층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에 대한 기술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특히 삼국유사는 내용의 대부분이 인용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근거와 출처를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 일연은 인용된 원 사료에 대한 보충설명과 주석을 충실히 기입해 놓았다. 이는 역사책의 사료적 가치를 높여 준다. 최 전 장관은 “비록 삼국유사의 인용문 중에는 다소 부정확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원사료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삼국유사에 인용된 자료들의 가치는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은 “우리에게 한국 고대사의 생생한 모습 그대로를 전해 주는, 일종의 타임캡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고려사왜곡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최 전 장관은 주변국의 역사왜곡 시도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최 전 장관은 “국정교과서 체제에선 교과서 내용이 정부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주변국과 분쟁이 벌어질 때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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