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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초고압 물리 신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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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 이용해 신비의 신물질 탐구
이젠 기체형 행성 미지의 세계 여행
지난주 과학잡지 네이처에는 혜성을 돌며 탐사를 벌이고 있는 로제타호가 혜성 표면에서 검출한 얼음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혜성의 주성분이 얼음과 먼지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혜성 표면에서 직접 얼음의 존재를 확인한 연구는 드물다. 논문을 읽으면서 혜성 위 절벽 지형에서 발견된 이 얼음의 구조가 무척 궁금해졌다. 얼음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과학자들이 밝힌 얼음만 해도 열 종류를 훨씬 넘어선다. 형성되는 환경에 따라 얼음 속 물 분자의 배치와 결합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위 환경에 따라 물질 상태가 달라지는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물리 현상이다. 우리는 섭씨 100도에서 끓인 물로 차를 마시고 아이스커피를 준비할 때는 물의 온도를 영하로 낮추어 얼음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온도만 물질 상태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압력이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가령 주변 압력이 줄어들면 물이 끓는 온도가 떨어진다. 대기압이 낮은 산 위에서 짓는 밥이 설익는 이유는 바로 물의 끓는점이 100도보다 낮기 때문이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100도에서 끓는 물에 압력을 가하면 어떻게 될까? 물이 끓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압력을 계속 올릴 수 있다면 대기압의 약 2만2000배 정도의 압력에서 액체 물이 얼음으로 바뀐다. 압력만 충분하다면 섭씨 100도에서도 얼음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압력은 온도와 더불어 과학자들이 물질의 상태를 바꾸고 신물질을 탐구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예를 들어 섭씨 1500도에서 약 5만기압의 압력을 탄소에 가하면 인조 다이아몬드를 합성할 수 있다.

한편 압력은 인간이 직접 가볼 수 없는 극한적 환경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는 과학의 창이기도 하다. 가령 지구의 맨틀이나 목성의 내부 상태를 연구할 때 고압 실험을 활용한다. 높은 압력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단단한 물질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지구상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를 이용한다. 즉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더 작은 공간을 준비한 후에 그 속에 갇힌 물질을 한 쌍의 다이아몬드로 양쪽에서 누르는 방법을 이용해 초고압 환경을 만든다.

수소가 주성분인 목성이나 토성 같은 기체형 행성의 내부에는 고온·고압으로 인해 금속의 성질을 띠는 수소가 존재할 것으로 예측되어 왔다. 이 금속 수소가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는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최근 영국 에든버러대학 연구팀은 기체 수소에 대기압의 무려 388만배에 달하는 압력을 가하면 새로운 구조의 고체 수소가 만들어진다고 보고했다. 보다 확실한 실험적 증거를 얻기 위해 이 연구팀은 4백만기압 이상을 구현하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누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땐 다른 방법을 결합하기도 한다. 가령 고출력 레이저 펄스를 한쪽 다이아몬드에 쏘아 이를 순간적으로 기화시켜 충격파를 만들면 압력도 일순간 올라간다.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진은 최근 이 방법을 수소와 헬륨의 혼합기체에 적용해 특정 조건에서 혼합물의 전기전도도가 올라가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때 수소가 금속으로 바뀌면서 헬륨이 물방울처럼 고립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재미있게도 이 결과는 토성의 내부에 헬륨의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과 부합하는 것 같다.

과학의 역사는 인간이 볼 수 있는 영역을 넓혀온 역사이기도 하다. 현미경이 미시세계와 인간을 연결했듯이 이제 초고압 실험은 우리를 기체형 행성의 내부로 안내해 준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고압 실험을 한다. 가끔은 실험 중 다이아몬드가 부딪쳐 깨지기도 하지만 이에 전혀 기죽지 말자고 학생들과 의기투합한다. 초신성 폭발 속에서 우리를 구성하는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졌듯이, 빅뱅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의 특이점에서 시간과 공간, 우주의 모든 물질들이 탄생했듯이, 0.3캐럿짜리 다이아몬드에 눌려 극한의 압력으로 내몰리는 물질들이 우리에게 어떤 새롭고 신비한 자연 현상을 드러내 보여줄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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