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출현으로 현대전 양상이 바뀌고 있다.
무인 전차와 장갑차 개발, 군수물자의 무인 호송, 킬러 로봇, 짐을 운반하는 4족 로봇,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아이언맨 슈트까지 이제 로봇은 공상과학 영화속 주인공이 아니다. 현실로 다가온 로봇 개발에 세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인간형로봇 등 전체 지상로봇 분야에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미 육군은 로봇이 인간과 상호 협력하는 동료이자 팀의 필수 구성원으로 스스로 행동하는 미래를 구상 중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전투로봇 개발·배치와 더불어 기존 유인 장갑전투차량의 무인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각종 로봇 활용으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19일 발간한 ‘2011~2015 세계 국방지상로봇 획득동향’이란 책자를 통해 세계 각국의 최신 로봇 개발과 획득 및 운용 현황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군사용 로봇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원격제어로 움직이는 자폭차량 ‘골리앗’을 운용했다. 노르망디 전투에도 동원됐으나 통신 불량 등으로 실제 공격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었다. 지뢰를 싣고 전차 아래로 들어가 자폭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으나 정작 전차 아래로 들어가면 통신이 안돼 폭발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련군도 통신으로 움직이는 ‘TT-26’ 탱크를 개발했으나 작전에 투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재 이스라엘의 국경방호를 맡는 로봇 가르디엄과 암스타프, 미국이 중동전에 투입한 팩봇 등 다양한 로봇, 프레데터 무인기 등은 상상이 현실이 된 경우다.
군사적 맥락에서 로봇은 동력이 공급되는 기계로서 감지하고, 생각하며, 행동한다. 미 국방부와 방위산업계 관계자들은 군용으로 개발된 로봇 체계를 일반적으로 ‘무인체계’라고 표현한다. 인간이 조종하는 수동형과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형, 다른 로봇이 조종하는 네트워크형의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로봇은 두가지 강력한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로봇은 병사 대신 보다 과감하게 위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둘째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서 비용 절감을 꼽을 수 있다. 군은 로봇을 이용함으로서 더 적은 인원으로 보다 많은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들 로봇은 감정이 작용하는 인간보다 더 효율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감정없는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판단이 불러올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군사용 로봇 개발에는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단순히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과 전술적 운용을 넘어 보다 복잡한 인문학적, 사회적 연구도 필요하다. 부상입은 장병이나 민간인을 구출하는데 사용되는 로봇은 논란의 소지가 적다. 하지만 살상용 로봇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로봇 개발현황
생체모방 로봇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로봇 전쟁에 대비, 세계 최초로 2족 인간형 로봇 ‘펫맨’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화재 현장과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수색과 구조활동 임무를 수행하며, 실제 전투도 가능하다. 생화학전 전투복 개발을 위한 일종의 테스팅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미 해군이 개발한 2족형 로봇 ‘사파이어’는 인간 형상인 휴모노이드 로봇이다. 키는 178㎝에 무게 64.8㎏이다. 내장된 센서로 함정내 화재 위치를 찾아내고 열 범위를 측정해 화재진압용 소방호스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러시아는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작업을 지원하는 인간형 로봇 ‘아바타’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모든 구성품을 전투임무를 수행하도록 제작했다.
세계 최초의 인간 탑승형 거대 무장로봇 ‘쿠라타스’를 개발한 일본은 내부 좌석에 인간 조종사가 앉도록 고안됐다. 로봇 팔 2개, 바퀴형 다리 4개, 1분당 BB탄 6000발을 발사하는 6연장 개틀링건 2정을 갖추고 있다. 랩탑, 태블릿, 스마트폰 등과 같은 장치에 연결된 사용자가 직접 또는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이 로봇은 높이 4m, 무게 4t으로 시간당 11.3㎞로 이동할 수 있다. 가격은 100만 달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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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탑승형 거대 무장로봇 `쿠라타스` |
인도는 무인 전투력 강화를 위해 기존 로봇보다 지능이 높고 피아식별이 가능한 무장로봇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실전배치될 수 있다고 한다.
험지를 주행하고 장애물을 뛰어 넘는 ‘4족 로봇’ 개발도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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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족 로봇 `빅독` |
중국은 2011년 무게 55㎏인 4족 보행 무인지상차량 ‘프로그’를, 2014년에는 수송·정찰·전투임무 수행과 재난구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MQBMP’를 공개했다. 미국이 개발한 4족 로봇 ‘빅독’은 험지에서 최대 154㎏의 짐을 운반하며, 시속 11㎞ 이상으로 질주할 수 있다.
아이언맨형 슈트 개발과 관련해 러시아는 2013년 군용 외골격 ‘엑소아트레트’를 소개했다. 러시아 한 방산업체는 지난해 4월 5년내 병사용으로 뇌로 조종되는 전투용 외골격을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병기그룹도 지난해 7월 이러한 슈트를 출시했다. 지면 포복 등과 같은 복잡한 동작을 할 수 있고 보조장치를 설치하면 5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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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2족 인간형 로봇 ‘펫맨’ |
일본 방위성 기술연구본부는 지난해부터 고기동 파워 ‘아이언맨 슈트형’ 외골격 체계를 개발 중이다. 영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대전차로켓 폭발로 오른팔을 잃은 병사에게 인공 로봇팔을 장착하는 데 성공했다. 6시간 동안 신경이식 수술을 통해 장착한 후 18개월간 군 재활센터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병사가 생각을 하는 대로 로봇팔이 움직인다.
미국 역시 공을 들이고 있다. 마음의 힘으로 제어하는 로봇 연구를 통해 로봇에 병사의 마음을 결합하고자 한다. 로봇을 병사 대행자로 만들려는 것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로봇끼리 벌이는 미래전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우리 군은 로봇이 군사를 넘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최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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